[목요논단]롯데와 한진, 기업윤리마저 포기하나
입력 : 2011. 04. 07(목) 00:00
최근 몇몇 기업들이 제주지역의 공공자산을 이용·개발하려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거론되는 기업들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면서 그 활용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공적인 가치가 높아 논란의 불씨는 더욱 거세다.

우선 첫 번째 주인공은 롯데다. 자회사인 롯데제주리조트(주)는 서귀포시 색달동에 대부분이 국·공유지인 133만여㎡의 부지에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계획부지는 해발 400~550m에 이르는 한라산 밑자락의 생태축 역할을 하는 중산간 지역이다. 개발가능지역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산록도로보다 위에 위치한다. 이곳은 경관도 뛰어나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인공시설이 들어설 경우 어느 위치에서나 시설물들이 시야에 잡혀 경관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경사가 커 공사과정이나 운영 중에 토사 및 우수의 유출로 인해 하류지역 농가와 하천, 해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주도 관계부서의 검토의견도 부정적이었다. 도시계획과는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중산간 생태전이지역으로 생태적으로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서귀포시도 '초지법에 의하여 상급초지로 관리되고 있으며, 1차 산업 및 축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개발부지로 편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관계부서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웬일인지 도시계획위원회심의와 환경영향평가협의를 무사히 통과시켜 주고 말았다.

다음은 대한항공으로 유명한 한진그룹이다. 자회사인 한국공항은 제주도 지하수를 개발하여 대한항공 기내서비스와 계열사에 먹는 샘물, 흔히 말하는 생수를 공급해 왔다. 이후 한국공항은 생수의 시중판매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07년 제주도와 법정싸움에서 승소해 소량이지만 인터넷판매와 일부 호텔과 커피숍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공항은 월 3000톤이던 지하수 취수량을 월 9000톤으로 증량 신청했고 제주도는 이를 허용해 준다. 이제 제주도의회의 동의절차만 거치면 최종 증량신청이 확정된다.

문제는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수는 공공의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공적관리원칙을 고수하며 긴 소송까지 벌였던 제주도가 바로 당사자인 한국공항의 영리목적의 지하수 증산을 허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공항의 시중판매 활성화가 제주 물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억지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마치 시혜 베풀 듯 하는 한국공항의 사회공헌 얘기에 머리 조아리는 꼴이 도민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절대 시장판매를 하지 않겠다던 한진 총수의 유지를 이렇게 쉬이 저버리는 한국공항의 행태는 씁쓸하기만 하다.

현재의 사태만을 놓고 본다면 롯데와 한진, 두 기업이 제주의 공유자산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하다. 그저 이윤추구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익의 극대화가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는 인식과 기업윤리마저 포기한다면 더 이상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이미 제주를 기반으로 큰 사업을 운영 중인 두 기업이 제주도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도민들의 공통된 마음일 게다. 그러기 위해서는 롯데와 한진이 제주의 환경가치를 소중히 하고,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영 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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