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바로 믿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력 : 2011. 03. 1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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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장동훈 의원이 제주도를 '미신공화국'이라 하면서 4·3위령제에서 굿을 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해 제주민예총,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제주역사문화진흥원, 제주4·3연구소,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4·3도민연대,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등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의 굿'이 아직도 '미신'이라고 낙인찍혀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통해 "공인의 직분을 망각한 한나라당 장동훈 의원의 망언을 규탄한다"면서 "4·3영령과 4·3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엄숙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발언은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3월14일 제주4·3평화재단으로부터 '제63주년 4·3사건 위령제'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한라일보'와 '제주의 소리' 등의 언론에서는 장 의원이 "제주도가 미신공화국이 되는 것 같다"면서 "굿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전한다.
장 의원 발언의 문제점은 장문의 성명서에서 낱낱이 지적됐다. 굿은 미신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것, 제주칠머리당굿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는 물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되었음이 그것을 입증한다는 것, 4·3논의가 금기시되던 시절에는 무혼굿으로 해원을 도모했으며 공식적·공개적인 4·3희생자에 대한 위령행사도 굿으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성명서 내용이 비교적 소상히 작성되었으므로 여기서 재삼 그걸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장 의원의 이번 발언은 돌출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고, 그런 신념이 적잖은 기독교(개신교) 신자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에, 다함께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 몇 마디만 하겠다.
보도를 보면 장 의원이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몇 명인 줄이나 아나. 기독교인이 17명이었다"고 상기시키면서 4·3추모굿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장 의원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발언임이 확실히 드러난다.
장 의원이 4·3추모굿에 대한 문제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3일 제주특별자치도 4·3사업소 소관 예산안 심사에서 "제주도가 아무리 '미신공화국'이라고 하지만, 미신에 대한 위령제에 6억 원 넘게 쏟아 붓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음이 같은 날 '제주의 소리'에 보도되었다. 두 번씩이나 말한 것이니 실언일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요즘 공식적으로는 '성탄절(크리스마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에서도 이제 12월25일을 그냥 '휴일(홀리데이)'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교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특정 종교의 색깔이 드러나는 표현을 삼가자는 취지 때문이다.
"예수를 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문제인 것이 그릇 믿는 것이다. 예수를 (…) 바로 믿지 않는다면 차라리 믿지 않는 게 낫다."
이는 김진홍 목사의 말이다.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가 쓴 '예수는 없다'에 소개되었다. 장 의원이나 그 비슷한 생각을 갖는 분들께 '예수는 없다'를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오 교수는 "우리의 믿음과 삶에의 탐구가 좀 더 튼튼한 기반 위에서 세워짐으로써 우리가 더욱 훌륭한 신앙인이 되었으면 한다"는 염원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캐나다 연합교회에서는 감리교 선교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원주민을 기독교로 인도한다면서 그들의 말과 종교와 문화를 경시 내지 말살시키려고 한 일에 대해 1986년 캐나다 원주민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는 일화도 이 책에 나오는데, 특히 이 시점의 우리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장 의원 발언의 문제점은 장문의 성명서에서 낱낱이 지적됐다. 굿은 미신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것, 제주칠머리당굿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는 물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되었음이 그것을 입증한다는 것, 4·3논의가 금기시되던 시절에는 무혼굿으로 해원을 도모했으며 공식적·공개적인 4·3희생자에 대한 위령행사도 굿으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성명서 내용이 비교적 소상히 작성되었으므로 여기서 재삼 그걸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장 의원의 이번 발언은 돌출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고, 그런 신념이 적잖은 기독교(개신교) 신자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에, 다함께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 몇 마디만 하겠다.
보도를 보면 장 의원이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몇 명인 줄이나 아나. 기독교인이 17명이었다"고 상기시키면서 4·3추모굿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장 의원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발언임이 확실히 드러난다.
장 의원이 4·3추모굿에 대한 문제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3일 제주특별자치도 4·3사업소 소관 예산안 심사에서 "제주도가 아무리 '미신공화국'이라고 하지만, 미신에 대한 위령제에 6억 원 넘게 쏟아 붓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음이 같은 날 '제주의 소리'에 보도되었다. 두 번씩이나 말한 것이니 실언일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요즘 공식적으로는 '성탄절(크리스마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에서도 이제 12월25일을 그냥 '휴일(홀리데이)'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교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특정 종교의 색깔이 드러나는 표현을 삼가자는 취지 때문이다.
"예수를 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문제인 것이 그릇 믿는 것이다. 예수를 (…) 바로 믿지 않는다면 차라리 믿지 않는 게 낫다."
이는 김진홍 목사의 말이다.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가 쓴 '예수는 없다'에 소개되었다. 장 의원이나 그 비슷한 생각을 갖는 분들께 '예수는 없다'를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오 교수는 "우리의 믿음과 삶에의 탐구가 좀 더 튼튼한 기반 위에서 세워짐으로써 우리가 더욱 훌륭한 신앙인이 되었으면 한다"는 염원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캐나다 연합교회에서는 감리교 선교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원주민을 기독교로 인도한다면서 그들의 말과 종교와 문화를 경시 내지 말살시키려고 한 일에 대해 1986년 캐나다 원주민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는 일화도 이 책에 나오는데, 특히 이 시점의 우리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