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신구간 엄동설한 신 없는 거리의 제주 사람들
입력 : 2011. 01. 2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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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사람은 겨울 날씨를 24절기 중 소한과 대한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대한 뒤에 찾아오는 '신구간'의 날씨와 풍속을 그리며 이야기 한다.
제주의 신구간은 정말 춥다. 신구간은 신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가옥을 수리하고, 변소를 고치고, 새 집을 빌려 이사할 수 있는 신들의 공백기이며, 이 기간의 제주의 독특한 이사 풍속을 말한다. 제주 사람들은 신구간의 지독하게 추운 날씨를 저주하며 이삿짐을 싣고 나르는 천형을 체감하며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날씨도 춥지만 마음이 더 춥다. 이삿짐을 싣고 눈밭을 지나 어디론가 떠나는 제주 사람들은 모두 주소와 전화번호를 꼬리표로 달고 잠시 번지 없는 유랑의 노숙자가 되었다.
신구간 풍속은 조선 영조 13년(1737년)에 지백원(池百源)이 지은 '천기대요'세관교승(歲官交承)조에,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까지는 신구 세관이 교대하는 때다"하였다. 사실 제주 사람들은 입춘 전 3일까지 7일간을 신구간이라 하고 있다. 제주의 겨울, '신들이 없는 동안' 지난해 농사일과 세사를 주관하던 세관(歲官)이 지상의 임무를 마친 '땅의 신들', 예를 들면 본향당신, 문전신, 부엌의 신, 변소의 신, 정주목신, 눌굽지신 등을 인솔하여 하늘에 올라가고 새해의 새로운 세관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모든 지상의 신들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 이 세상에 신들이 부재하는 기간이 신구간이다.
제주의 천지창조 신화에 의하면, 태초에 세상은 왁왁한 어둠이었다 한다. 시루떡 같은 어둠의 덩어리에 곱(ㄱ+아래아·+ㅂ)가르는 물이 돌아 금이 생기고, 하늘 방향으로 푸른 물이 내리고 땅의 방향으로 검은 물이 솟아나 점점 벌어져 어둠의 덩어리는 하늘과 땅으로 나뉘었다. 하늘에 별이 떠 밤하늘을 수놓았고, 땅에는 어둠을 가르며 닭이 훼를 쳐 울어 새벽을 알렸고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하늘과 땅이 갈리자 신은 하늘을 차지하고, 땅에는 사람이 살게 하였다. 사람 사는 땅에는 해그림자로 시간을 만들어 1년은 365일,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12달 24절기로 나누었다. 해마다 농사와 세사를 신이 관장하게 하였고 이 신을 세관(歲官)이라 하였다. 세관은 해마다 세사를 돌보다 24절후의 끝 대한이 지나면 하늘에 올라가고 신임 세관이 새해의 세사를 맡아보기 전, 대한과 입춘 사이에 세상에는 신들이 부재하는 시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신구간은 이렇게 해서 생긴 신의 공백기, 신이 없는 세상의 일주일이다. 왁왁한 어둠을 허물고 새 질서를 만드는 일주일, 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살림살이를 새롭게 정리하여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신들의 없는 동안이라 신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시간,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이때는 헌집을 고치고 새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부정한 일을 하거나 쓰레기를 태워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 신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이 부재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은 새로 부임하는 신들에게는 모두 용납되기 때문이다. 신구간이 지나면, 지독한 추위가 가고 베롱한 온기가 뻗어 와 새날 입춘을 맞이하는 것이니 신구간은 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겨울나기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제주의 신구간은 정말 춥다. 신구간은 신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가옥을 수리하고, 변소를 고치고, 새 집을 빌려 이사할 수 있는 신들의 공백기이며, 이 기간의 제주의 독특한 이사 풍속을 말한다. 제주 사람들은 신구간의 지독하게 추운 날씨를 저주하며 이삿짐을 싣고 나르는 천형을 체감하며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날씨도 춥지만 마음이 더 춥다. 이삿짐을 싣고 눈밭을 지나 어디론가 떠나는 제주 사람들은 모두 주소와 전화번호를 꼬리표로 달고 잠시 번지 없는 유랑의 노숙자가 되었다.
제주의 천지창조 신화에 의하면, 태초에 세상은 왁왁한 어둠이었다 한다. 시루떡 같은 어둠의 덩어리에 곱(ㄱ+아래아·+ㅂ)가르는 물이 돌아 금이 생기고, 하늘 방향으로 푸른 물이 내리고 땅의 방향으로 검은 물이 솟아나 점점 벌어져 어둠의 덩어리는 하늘과 땅으로 나뉘었다. 하늘에 별이 떠 밤하늘을 수놓았고, 땅에는 어둠을 가르며 닭이 훼를 쳐 울어 새벽을 알렸고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하늘과 땅이 갈리자 신은 하늘을 차지하고, 땅에는 사람이 살게 하였다. 사람 사는 땅에는 해그림자로 시간을 만들어 1년은 365일,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12달 24절기로 나누었다. 해마다 농사와 세사를 신이 관장하게 하였고 이 신을 세관(歲官)이라 하였다. 세관은 해마다 세사를 돌보다 24절후의 끝 대한이 지나면 하늘에 올라가고 신임 세관이 새해의 세사를 맡아보기 전, 대한과 입춘 사이에 세상에는 신들이 부재하는 시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신구간은 이렇게 해서 생긴 신의 공백기, 신이 없는 세상의 일주일이다. 왁왁한 어둠을 허물고 새 질서를 만드는 일주일, 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살림살이를 새롭게 정리하여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신들의 없는 동안이라 신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시간,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이때는 헌집을 고치고 새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부정한 일을 하거나 쓰레기를 태워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 신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이 부재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은 새로 부임하는 신들에게는 모두 용납되기 때문이다. 신구간이 지나면, 지독한 추위가 가고 베롱한 온기가 뻗어 와 새날 입춘을 맞이하는 것이니 신구간은 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겨울나기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