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지사님, 문학관 공약 어쩌실 겁니까?
입력 : 2011. 01. 13(목) 00:00
작년 11월20일이었다. '지역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이 제주문학의 집에서 열렸다. 적잖은 문학인들이 모였다. 워크숍 정도의 행사에 그렇게 많이 사람들이 모여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기 위해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도지사가 오니까 어느 정도 자리를 채워야지 않나 해서 몇몇이 분주히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주최하긴 했지만, 제주문학의집·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 공동 주관으로 열린 것이며 심각한 쟁점이 있거나 비중 있는 자리도 아니었다. 제주도청 공무원이 발표나 토론을 한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도지사가 인사말을 할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무척 바쁘다는 도지사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행사에 발걸음 한다는 것인가. 단순한 인사 정도의 의미로만 방문할 리는 없을 텐데, 문학인들에게 무슨 선물을 주려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양해를 구하고자 함일까, 적잖이 궁금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우 지사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행사장에 입장해서는 문학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지사의 착석과 동시에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렸다. 강용준 제주문협 회장과 한림화 제주작가회의 회장의 인사에 이어 우 지사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인사말은 의례적인 덕담이나 격려 차원의 내용, 도정에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이런 말을 했다. 들으면서 바로 메모해 두었던 것을 옮겨본다.

"제주도에서 부담하는 건물 임대비만 600억원입니다. 제주문학관이 필요하긴 하지만 천천히 지을 수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할 계획입니다."

역시 그것이었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제주문학관을 새로이 건립하기 어려우니 양해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학관 건립 사업이 당선 후의 공약 실천 방안 모색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음을 전해들은 바 있긴 했으나, 지사의 발언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결국 선심성 공약이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하고 싶어도 취약한 재정 형편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가. 나는 후자라고 믿는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안을 여기에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제주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한다. 제주문학관 건립을 공약으로 제시하여 당선되었으면 최소한 관련 위원회는 개최해야 한다. 거기서 도당국의 입장을 표명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도리다. 제주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에는 문학인들만이 아니라 제주도 당국자,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포함되어 있기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둘째, 제주도청에서 부담하는 건물 임대비 내역을 공개함과 동시에 임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시군 통합으로 관공서 건물이 꽤나 여유 있다고 들었는데, 600억원이나 건물 임대비로 지출하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닌가. 그 600억원이면 문학관을 몇 개 짓고도 남는다. 얘기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지금 제주문학의 집이 들어선 건물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제주문학의 집은 제주문화예술재단 건물로 옮기면 된다. 임대비를 줄여서 문학관 건립 발판 마련에 쓰기 바란다.

셋째,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면 어떤 건물을 리모델링할 계획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살림이 어려우면 새 건물을 고집하지 않고 재건축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수차례 언급했듯이 구도심권에서 적절한 건물을 활용토록 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의 세 가지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둘러 실천하길 기대한다.

<김 동 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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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01-15 07:25삭제
고수님들 먼저 성금 모으세요. 지식인들이 솔선수범해야지. 그저 돈 달라고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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