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세계7대 자연경관 자신 있습니까?
입력 : 2010. 12. 23(목) 00:00
요즘 제주시내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홍보문구가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독려 내용이다. 이뿐인가. 인터넷은 물론 신문·방송에도 관련 광고와 홍보성 기사가 가득하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내년도 사업예산으로 20억 원이 넘고 그 중에서도 10억 원 이상이 홍보비로 책정되어 있다. 관련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년도 자사 중점기획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제주의 자연경관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이니 만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계기로 제주의 경관보전정책도 진일보한다면 좋은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제주의 생태적·지질학적 가치는 세계적 수준의 보전가치로 인정받았다. 자연경관 역시 제주 자연유산을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선순위로 꼽는 부분이다. 하지만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근거로 제주의 자연경관을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의 과포장된 경제효과도 문제가 있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록,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스위스에 있는 민간재단인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라는 재단이 펼치는 상업성이 가미된 흥미위주의 민간단체 행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 전문적인 기준과 심사를 통해 진행되는 반면, 뉴세븐원더스의 자연경관 선정은 전 세계에 있는 경관지를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벌이는 수준이다.

이 단체는 지금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행사에 앞서 세계7대 불가사의를 모방한 세계 신(新)7대 불가사의를 선정하면서도 논란이 되었었다. 선정방식에 있어서 공정성·형평성이 부재하고, 행사자체가 지극히 상업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유네스코는 뉴세븐원더스로부터 수차례 행사 협조요청을 받았지만 문화유산의 보존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영국 타임스는 불가사의로 선정될 지역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국민들에게 투표를 강요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고, 결과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이번 자연경관 선정 역시 전 세계가 여느 민간단체의 상업적 행사에 놀아날 우려가 크다. 그리고 제주도가 그 중심에 있다. 근거도 없는 경제효과를 들이대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투표는 완전히 묻지마 투표방식이다. 여기에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전직 국무총리가 앞장서고, 지역의 자생단체들도 들고 일어섰다. 일부 언론은 한술 더 떠 기사 아닌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권력이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 무의식 중에 대중을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회통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제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로 지탄받을 지경이다.

사실 우리 제주의 자연경관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중산간의 경관을 해치는 난개발은 여전하고, 무분별한 해안매립과 연안개발로 해안경관은 사라져가고 있다. 한라산, 오름, 곶자왈의 경관과 생태축을 단절시키는 각종 개발과 과도한 도로건설이 자행된다. 고층빌딩의 건설로 도심지 경관도 크게 변하고 있다. 그에 반해 경관보전정책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

제주도정에 묻는다. 세계7대 자연경관, 자신 있습니까? 자격 있습니까!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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