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걷기 열풍에 데이지 않기
입력 : 2010. 12. 16(목) 00:00
몇 년 사이 온 나라에 걷기 열풍이 대단하다.

물론 아직도 걷기보다는 타기를 더 즐기는 시대임은 분명하지만 굳이 무거운 배낭매고 땀 흘리며 먼 길을 걷기위해 나선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랜 세월 사냥감을 잡기위해 걷거나 뛰어다니고 때로는 맹수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달렸듯이 걷는 일은 살아가는 기본적 행위였고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고 있는 걷기열풍은 분명 다른 차원으로 바라볼 일이다.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과정에서 걷는 일이 노동이라면 걸으면서 휴식과 행복을 느끼는 행위는 여행이다.

걷기열풍이 일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나 빠른 성장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지친 사람들이 건강과 휴식을 찾고 인간소외로부터 벗어나 정신적 행복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행위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걷기여행은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들이 길을 따라 걷는다는 인간적 행위를 바탕으로 느림이라는 시간적 여유속에 자연과 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학습하기를 즐기는 여행이라 정의할 수 있다.

'깃발관광'으로 불리던 옛 관광에 비해 걷기여행은 자연환경과 문화에 대한 보존을 원칙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관광트랜드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걷기여행이나 생태관광이 주는 의미가 좋다 해도 삶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바탕으로 생존양식에 변화가 없다면 또 다른 자연과 인간, 문화에 대한 소비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화석연료가 안겨주는 편안함과 인간중심적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닌 또 다른 유행에 대한 흥미와 만족추구,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으로만 남는 것이다.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걷기열풍따라 이뤄지는 길 만들기가 난립이다. 제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로 볼 때도 걷기여행길은 제주올레길을 비롯해 지리산 둘레길, 백제역사도보길, 백두대간과 동해를 잇는 바우길, 대관령 옛길 따위로 다 헤아릴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마을까지 나서며 온 나라 길이란 길은 다 이름을 올릴 태세다.

제주도도 내년 281억원을 들여 50개 탐방로 500㎞을 만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500㎞라면 제주도 해안을 두 번 도는 길이다.

제주도로서는 걷기열풍이 아무리 가뭄에 비 만나듯 반가운 일이라해도 몇 개월 사이 탐방로 500㎞를 만들겠다니 졸속과 비효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길은 스마트폰처럼 만들어 놓고 요란히 홍보하며 팔리기를 기다리는 상품이 아니다. 걷는 여행이 경관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자연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과 문화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다해도 걷기여행도 수용한계를 넘어서는 탐방객이 있다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더욱이 생태와 문화적 영향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걷기여행객 유치전은 쓸 만한 곳이면 다 길을 내고 탐방 시설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찾는 사람이 있고 경관이 아름답다고 해서 한라산 둘레나 해안과 숲에도 무턱대고 길을 낼 일은 아니다.

지역주민 피해와 소외도 해결해야할 일이다.

마을길은 그곳에 터잡고 살던 사람들이 걸으면서 만들어낸 길이고 또 앞으로도 걸어야할 길이다.

누군가 그 길을 빼앗거나 불편을 준다면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기본인 걷기여행은 또 다른 사치와 파괴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이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5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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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향기~ 12-16 13:28삭제

오랜만의 논단다운 목요논단에 초대할사람 온도민들이하 도지사~공무원들~ 그중에서도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님이시고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길처럼(판매가15000원)의 저자

길내는여자 서명숙씨를 꼭초대합니다...

비록 독자의견란이지만 논단에 한말씀해주시고 항간에 제주올레 대항해서 제주질레라는

새길단체가 생긴다는데 입장 표면도 아울러 부탁합니다...


게메마씸 12-16 13:09삭제
별 수식어나 자화자찬 없는 담백한 [목요논단]을 간만에 접하게 되어 기쁘다.
편집자는 이것을 참조하여 바른 논단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제주는 재정자립이 어렵다면서, 다분히 자연훼손 가능성이 높은 탐방로개설사업에 무려 281억원이나 쏟아붇는 저의가 무엇인지 필자는 자못 궁금해진다. 그 수혜자는 도민이 될까 ? 탐방객이 될까 ? 아니면, 눈먼 콩고물에 가까운 자들이 될까 ? 뻔한 것 아닐까 ?

제주도는 자연그대로 두고 파괴되거나 오염되지 않겠끔만 유지되어도, 누가봐도 저절로 오고 싶어지는 천혜의 자연관광지란다. 하물며, 이러 곳을 개념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떡칠을 하고자하는 몰염치한 작자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정말 열불나서 못봐주겠다.

곶자왈지킴이께서는 피력하신 소신대로 자연보호 앞장에 적극나서주시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제발 '올레길'같은 허무맹랑한 조어를 하루빨리 바른 말(질레, 우뜨르길, 촐왙질, 아님 표준보통어로 둘레길)로 고쳐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올레'는 집입구의 출입통로로서 좌우 돌담에 의해 외부로부터의 시선과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즉, 단자, Connector)일진데, 이것이 마치 외부간의 소통을 위한 큰길(즉, 질레, Cable)로 잘못 사용되고 있으므로, 정말 창피할 지경입니다.

요즘같이 추운날 우리 아방이 하영 곳던 말이 생각난, 여기 올렴시난 참고들 헙써.
"올레 베끼디 비둘기 데싸졌져~' 즉, "집밖에 있는 비둘기가 얼어죽을 만큼 추었느냐..?"라는 뜻으로 "얼덴 홈세허지 말라"는 나무램이다.
독자 12-16 11:04삭제
뉴스를 보니 지리산 둘레길을 모방한 한라산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네요.
한라산 둘레길은 세계자연유산 완충지역과 인접한 지역인지라 엄청난 환경훼손이 일어나겠죠.
한라산 둘레길이 개통되면 아마도 3년 안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은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전락할 것 같네요.
환경보전 12-16 10:51삭제
올레길 개설에 환경영향평가 받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간인이 무분별하게 아무데나 리본 달고
새로 길내면서 자연훼손하는거 못하게 해야 합니다
올레길 잘햄수다만 하다보니 제주도 속살을 다 헤집어 놓고
요즘은 예산도 주어야 할 거 아니냐고 박박 우기는 모양인디,,,
소낭 12-16 10:02삭제
칭찬도 두세번 연속 들으면 불괘해지둣이 지나친 열풍에 지나친 언론및 광고의 열풍에 모두가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아을 망각하고 제주도 말로 추구리는 데로 마구잡이 개발은 바람직 하지않다고 본다.지역별,테마별로 과하지 않게 만들고 즐기수 있도록 해야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 까? 무사 우리집 앞마당은 개발길로 않넣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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