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준비된 인력과 문예
입력 : 2010. 11. 25(목) 00:00
제주섬이 참으로 아름답다. 지난 여름 내내 불볕으로 지표를 달궈 고온현상이 지속되는가 하면 소낙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려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나날이 너무 길어 제주에서는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싶었다.

그러한 예단은 오로지 사람의 짧은 안목이었을 뿐 이 깊은 가을, 제주섬을 둘러싼 바다는 어김없이 파도를 일구면서 검푸르게 색을 바꿔 겨울을 준비하고, 오름이며 벌판은 온통 억새물결이 굽이쳐 넘치고, 들꽃이 고즈넉이 피었던 자리를 정리한다. 그런가하면 떨기나무들은 가지각색으로 물들어 제자리에서 섬을 단장하다가 바람결에 조용히 한 잎 두 잎 떨구면서 낙엽으로 대지를 덮는 중이다.

위의 문장은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의 제주자연풍경을 단순하게 글로 표현해 본 예이다.

조선조 말에 이르도록 인재를 양성하는 기본이 글을 읽고 쓰는 데 주안점을 두었던 이면에는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비롯하여 삼라만상의 상태를 내비치는 수많은 방법의 근본은 문예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생각의 근원을 정리해 주는 지름길도 문예에서 찾으려 하였기에 무던히 책속에 몰입했던 터이다.

아무리 보편화된 일상일지라도 사람 각자의 삶이 독특하며 그 무엇과도 견줄 바 없는 고유한 시간을 나는 과정에 대하여 가장 근원적으로 접근하여 실체를 표현해내는 데는 글로써 기록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별히 적절한 의미를 더하지 않더라도 써진 글만 보고도 인류 공통으로 공감하도록, 혹은 현재의 상황을 보고 과거를 추측하며 미래를 예단하도록 돕는 소위 생의 길라잡이, 견인차 역할도 해내는 힘이 있는 글발을 알아본 결과이다.

인류의 역사는 글을 발명하고 이를 잘 구사하였기에 그 기록이 당위성을 얻었으며 아울러 시대에 알맞게 진화해 온 결과를 증거해 준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 선 이, 문인을 언제부턴가 비생산적인 사람으로 곧잘 정의해 버린다. 사실은 잘 훈련된 인적자원으로써 문화 부문의 기본 작업에 곧장 투입 가능한 준비된 인력임에도 말이다.

제주섬은 사람 사는 모양새며 산수는 물론이고 문화도 독보적이다. 돌 한 덩이 나무 한 그루 사연 없이 그냥 있는 게 없다. 섬에 터 잡은 5백여 개의 자연 마을들도 하나 같이 설촌 유래가 있어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즈음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그리고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온 지구과학분야를 통틀어 다 인증된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사람살이와 자연환경이 이토록 출중하며 흥미진진한 지역임에도 한 눈에 감성을 자극하는 이정표 문구 한 점 없다는 지적이 만만찮게 방문객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유구한 역사가, 그 독특한 문화가, 그 미려한 자연이, 눈길이 닿는 온갖 천지를 채우고 있음에도 그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 한 구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 뿐이 아니라는 소문이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삼국지 공연이며 코끼리 쇼를 보노라면 여기가 제주임이 실감나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삼다삼무(三多三無)를 낳은 전통문화예술은 다 어디에 버려두고 남의 것을 들여다가 이토록 어설프게 풀어놓느냐고도 묻는단다.

이러한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 이미 준비된 인력인 제주 문인을 두루 활용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제주를 잘 알고 있는 그 앎에, 좋은 예술적 발상을 감칠맛 나는 문장력으로 구사해낼 인력이 대기 중에 있다. 제주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일조할 제주문화인력이 층 두텁게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한림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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