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유네스코 등재와 도로, 그리고 토목개발
입력 : 2010. 11. 18(목) 00:00
현재 제주도(濟州島)에는 구국도(2개 노선), 구국도 대체우회도로(2개노선), 국가지원지방도(번영로), 지방도(3개 노선), 첨단단지 진입도로, 영어도시 진입도로 등 20여곳 이상에서 대규모 도로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공사비 15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도로공사에 사용되는 것이다. 어떤 것은 생활에 국한된 것이고 어떤 것은 사회기반과 관련된 것도 있다. 편리한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들이니 필요한 공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공사 중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공사들이 너무 많다.

최근 개최되었던 MICE 관련 국제컨퍼런스를 다녀오면서 성읍마을로 이어지는 번영로 확장공사를 보고 너무나 황당하였다. 아름다웠던 시골길의 풍경들은 사라지고 지형을 변형시켜가며 건설된 거대한 고속도로 풍경을 보면서 슬픔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풍경이 어디 이 곳뿐이겠는가! 구국도 대체우회도로에는 교차로를 만들기 위해 넓은 땅을 파헤치고 있고 거대한 교각구조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주변 숲과 한라산 정상의 풍경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고 더욱 분노가 앞선다.

그런데 한구석에서는 제주의 환경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제주환경의 보전 의지와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제주도(濟州島)는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존지역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포함해 지난 10월4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이 확정되어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에서 소위 3관왕을 달성하게 되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결과이다. 이들 공통점은 앞에 세계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제 제주도(濟州島)는 제주도(濟州道)의 것이 아니라 세계인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책임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우리들은 그러한 책임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지금 제주도(濟州道)는 세계7대경관지역 선정에 올인하고 있다. 경관의 구성은 크게 자연경관과 생활경관의 두 요소로 구성되며 이들 두요소의 조화가 있을 때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받게 된 지역이 자연경관부분이라면 우리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생활경관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생활경관은 대규모 도로건설사업과 대규모 고층아파트단지를 위한 택지개발에서 만들어 내는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인공구조물들이 유네스코에 의해 재평가된 지역환경의 아름다운 풍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모순된 행정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네스코 등재와 지정, 인증을 철회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고이즈미 정권 당시 개혁정책중의 하나가 일본도로공단의 폐지였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환경훼손과 이용률이 저조한 무용지물의 도로만을 건설하여 왔던 조직을 폐쇄하고 새롭게 개혁하자는 것이었다. 우근민 도정의 핵심방향 역시 '선 보전 후 개발'이다. 개발에 앞서 자연환경과 삶의 공간을 먼저 생각해보자는 의미이며 도로건설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토목공사 추진부서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메시지이다. 선진국의 경우 토목공사로 인해 훼손시킨 환경을 복원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토목개발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제주도(濟州道)는 '선 보전 후 개발'의 철학을 도로건설사업이나 대규모 토목개발에 반영하려는 의지는 없는 것인가?

이제는 과거에 추진해왔던 토목개발에 대한 깊은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유네스코가 평가한 환경과 우리들의 삶의 공간을 지켜나가기 위한 토목개발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할 때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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