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극단적 선택 시도에도 보고 체계 작동 안해… 커지는 파문
입력 : 2026. 08. 11(화) 17:40수정 : 2026. 08. 11(화) 19:24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지난해 11월 도내 초등학교서 학생 극단적 선택 시도 사건
피해 학생 학폭 심의 과정서 당시 사건 정보 부존재 확인
"사건 은폐" 의혹 제기에 시교육지원청 "조치 취해" 해명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제주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극단적 선택 시도 사건과 관련해 교육 당국의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이었다. 도내 한 초등학교 6학년 A양의 엄마 B씨는 담임 교사의 연락을 받고 A가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리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담임 교사에게 전해 들은 이유는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친구들이 너무 괴롭혀서 힘들다'는 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B씨는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했다. 아이를 잘 설득해 학교에 보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야무야될 뻔한 사건이 다시 꺼내진 것은 올해 4월이었다. A와 같은 학급 학생 일부가 A를 괴롭혀 온 것이 드러나면서다. 한 학부모가 자녀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A에 대한 '사이버 불링'(온라인에서 특정 개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배제하는 행위)을 발견해 이를 학교에 신고했다. 가해 학생들은 A가 중국 국적의 이주배경학생이라는 점 등을 들어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제서야 B씨도 A에 대한 학교폭력이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극단적 선택 시도 사건이 발생했던 날에도 A가 친구들로부터 '역겹다' 등의 말을 들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후 B씨는 지난 6월 열린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당시 사건까지 다뤄지길 바랐지만, 이를 증명할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다.

B씨는 같은 달, 학교와 교육지원청 등에 A의 극단적 선택 시도 사건에 대한 기관 보고와 신고, 조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보 부존재'였다. 학교 측은 "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장, 회의록, 내부결제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안 발생 당일 교육청에 유선(전화)으로 사안이 보고됐음을 확인했다"고 답할 뿐이었다.

도교육청의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 극단적 선택(시도)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 측은 교내 위기관리위원회를 긴급 소집해야 한다. 1차로 도교육청에 유선으로 사안을 보고하고 관련 서식에 따라 사안 접수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사안 인지 후 10일 이내에는 2차로 '학생자살(시도)사안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데, 공식 기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스스로 인정한 것은 단 하나 '관련 서류 일체 부존재'"라며 "한 학생의 생명이 꺼지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에 공식 기록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됐음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식 기록이 없는 것이)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은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유선 보고와 후속 조치는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놓쳤다면 우리(교육지원청)라도 '제출하라'고 했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다 보니 서로가 놓친 게 있는 것 같다. 추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리 조치가 미흡한 데다 극단적 선택 시도 사건을 목격한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간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B씨는 "제일 바라는 건 아이들의 안전"이라며 학교와 교육청 등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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