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비키퍼(BeeKeeper)’가 그러했듯이…
입력 : 2026. 07. 27(월) 01:00수정 : 2026. 07. 27(월) 07:00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한라일보] 세계적인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2024년작 '비키퍼(BeeKeeper)'.

비밀 기관에서 은퇴해 시골에 자리를 잡은 전설의 요원 에덤 클레이(제이슨 스타뎀 분)의 이야기다. 그는 기관을 피해 시골에서 양봉가로 살아가고 있다. 유일한 친구는 이웃집 아주머니 엘로이즈 파커. 그녀는 보이스 피싱에 속아 200만 달러를 빼앗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정을 알게 된 그는 복수에 나선다. 중간 보스가 운영 중인 콜센터를 박살내고 수장시켜 버린다. 최종 보스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 악당들을 처리한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최종 보스에게도 철퇴를 내린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보이스 피싱·스미싱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종 보스를 지키려는 사설 경비 요원들까지 무자비하게 처리하며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세계 대부분 나라들은 피싱(Phishing)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싱은 디지털 민생범죄 중 하나로 메시지·이메일 등을 이용해 정보를 탈취한 후 금전 등을 편취하는 행위다. 종류도 이메일 피싱, 보이스피싱, 스미싱, 큐싱 등 다양하며 진화한다. 2020년 이후 활동이 94%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고 있다. 규제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데도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사이버보안 인프라 보안청(CISA) 등을 중심으로 피싱 등 범죄 대응 가이드라인 개발, 범죄 처벌 규정 제·개정, 피해자 보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온라인 사기 전담 조직을 설치, 피싱·스미싱 등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중국은 형법 개정과 함께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법을 제정해 강력 대처하고 있다.

피싱범죄 처벌도 강력하다. 독일은 사기죄를 적용하지만 지속적인 사기행위가 인정되면 가중 처벌한다. 정보 피싱·도용 등은 각각 처벌하며, 특히 중한 경우엔 가중 처벌한다. 미국도 가중 처벌과 함께 사망자 발생 시 종신형까지 처하고 있다. 중국 또한 피해 액수가 크거나 정황이 심각한 경우엔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

지난해 9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출범했다.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돼 있어 신속 대응하지 못했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확인된다. 경찰청은 통합대응단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31.6%, 피해액은 26.4% 감소했다고 밝혔다.

갈 길은 멀다.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과도 괴리가 존재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휴대전화로 피싱 문자가 쇄도하는 현실에서 발표를 믿을 국민은 드물다. 가정이 송두리째 박살 나고, 애꿎은 목숨이 스러져도 범죄의 온상을 발본색원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처벌을 강화했다지만 피해자들에겐 턱도 없는 수준이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영화 밖 세상엔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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