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99)대륜동 호근마을
입력 : 2025. 10. 31(금) 02:00수정 : 2025. 10. 31(금) 09:02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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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으로 거듭나는 자연주의 공동체

[한라일보] 숲의 위대한 가치를 입증해 주는 마을이다. 울창한 숲은 도시화된 생활 속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공간이 됐다. 인간은 자연의 품속에서 맑아지는 무언가를 느낀다. '서귀포시 치유의 숲'을 보유한 마을. 마을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이다. 이는 단지 지리적 장점으로 얻은 혜택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마을 공동체가 분수림(分收林)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장기적인 노동력 투자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지금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젊은 날에 다음 세대를 위해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얻고 있다. 그러한 장기적인 안목을 더 큰 부가가치로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이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명료하게 정의된 생태관광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 마을의 모습과 추구하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수려한 자연자산을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이다. 마을 주민들의 신념과 의식이 국가기관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생태와 관련한 공모사업에 참여해 인증을 받은 것들은 모두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수두룩하다.
17세기 고지도에서 확인되는 호근리는 '호근뢰리' 또는 '호근목촌'으로 표기돼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호근뢰리의 '뢰(磊)'다. 돌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자. 돌무더기가 많은 곳이기에 제주어 '머들'을 한자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호근목촌은 말 그대로 '고목들이 좋은 마을'이다. 호근리는 원래 동호근과 서호근이 있었으나 100여 년 전에 분리돼 서호근은 서호리가 되고 동호근은 그대로 호근리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서귀포시 구도심과 신시가지 사이에서 자연친화적인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한라산 방향 해발 700m가 넘는 지역에서부터 내려오며 수많은 과수원들과 함께 마을이 형성돼 있다. 바닷가 외돌개 부근부터 서쪽 돔배낭골 절경을 지나 속골까지가 마을의 영역이다.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두 곳이 있다. 솟아난 곳과 들어간 곳. 솟아난 곳은 각시바위 봉우리고, 들어간 곳은 하논 분화구다. 제주의 대부분 오름은 화산폭발에 의해 생겼지만 각시바위는 조면암이어서 융기작용에 의해 생긴 오름이라는 것. 하논 분화구는 겉으로 보기엔 논이지만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5만년 세월을 파악할 수 있는 타임캡슐로 평가되고 있다. 4·3 이전까지만 해도 호근리에 하논골이라고 하는 동네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징까지 생태자원의 범주로 바라보고, 해변지형이 가지고 있는 지질학적 가치에 대한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을 전체를 자연자원을 관광자원화 시킨 벨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적인 존재가치와 특징을 '호근마을 한 곳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현상봉 마을회장에게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너무도 간명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 생태자원에 대한 애정이 깊이 우러나오는 입장표명이다. 생태관광에 미래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결기가 드러나는 호방함이 서려있다.
특별한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민의 미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공동체가 보유한 자연자원은 단순한 힐링의 범주에서만 바라볼 정도로 협소하지 않다. 행정이 추구하는 구호화된 정책에 결부시키기 위해 마을이 노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호근마을과 같은 자연적 보배의 특수하고 독보적인 요소들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분석이 이뤄지고, 상응하는 맞춤형 생태관광 정책이 나와야 한다. 행정기관이 공모를 시행해 정해진 틀과 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 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잠재력에 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호근마을과 같은 주민 역량과 의지를 가진 곳에서부터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예산지원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각예술가>
마을회관의 건축미
<연필소묘 79㎝×35㎝>
마을회관들을 돌아보는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천편일률 대동소이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근마을회관은 다르다. 독창성이 눈부시게 빛난다. 공공미술 분야의 일을 30년 넘게 해온 필자의 관점에서 10여 년 전 처음 이 건물을 봤을 때 밀려왔던 감동과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대식 건물이지만 향토애가 짙게 깔린 이미지. 중요한 것은 이 놀라운 건축미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그리하여 옥상에 있는 원뿔구조 절단형 모티브를 주제로 그렸다. 멀리 마을 분위기가 등장하면서 햇살에 존재감을 나타내는 상황. 연필소묘라는 단색화를 그린 것은 각기 다른 색채를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다. 채색이 들어가면 구조가 보유하고 있는 본질에 두꺼운 옷을 입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러한 조형적 형태가 마주 보고 있는 옥상이다. 추상적인 해석은 '고향의 품'이다. 언제든 안아주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공간곡선! 얼른 들어가 안기고 싶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린 것이다. 팔을 벌려 둥글게 안아주는 동작이 건축이라고 하는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단 말인가? 마주 보고 있는 이 형태가 발생시킬 상상력이야말로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터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간절한 이유는 마을회관 건물이 보유하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다면평가 속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해 생태관광지의 명소로 만들어 달라는 소망이 있어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바다
<수채화 79㎝×35㎝>
청색과 녹색은 결합해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추상적 색채미학이 된다. 누구나 자연 속에서 가장 쉽게 경험하는 시각경험이 그 심리적 토대이니 그렇다. 해발 120m 정도에 정주공간 대부분이 자리한 마을이기에 이런 풍광을 보유할 수 있다. 바닷가 마을보다 오히려 바다를 더 넓게 향유하게 되는 것.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도 펼쳐지는 남쪽바다. 오후 4시의 태양광선이 측면에서 비닐하우스를 비추고 농업이라고 하는 인간행위와 바다, 나무들이 화면 하나에서 이렇게 분할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서 그린 것이다. 힐링은 개념으로 설명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느낌 속에서 치유의 메커니즘이 열리는 것. '탁 트인 시야'는 심정적으로 억눌리고 가둬진 상태로부터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진정한 힐링이다.
중점적으로 묘사하고자 노력한 것은 나뭇가지 틈 사이에서도 보이는 바다색이다. 초록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청금석을 보는 기분으로 풍경화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육하원칙 중에 '어디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다. '어찌하여 호근마을이 생태 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이 한 장의 그림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보라! 나무와 바다가 이렇게 만나는 곳을 쉽게 만날 수 있더냐?" 이런 독백을 거듭하며 그렸다. 막힌 것을 뚫어내는 자연생태의 경험이 관광이라는 생산적 형태로 다가왔다면, 호근마을은 그 위치 자체로 모든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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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고지도에서 확인되는 호근리는 '호근뢰리' 또는 '호근목촌'으로 표기돼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호근뢰리의 '뢰(磊)'다. 돌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자. 돌무더기가 많은 곳이기에 제주어 '머들'을 한자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호근목촌은 말 그대로 '고목들이 좋은 마을'이다. 호근리는 원래 동호근과 서호근이 있었으나 100여 년 전에 분리돼 서호근은 서호리가 되고 동호근은 그대로 호근리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서귀포시 구도심과 신시가지 사이에서 자연친화적인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한라산 방향 해발 700m가 넘는 지역에서부터 내려오며 수많은 과수원들과 함께 마을이 형성돼 있다. 바닷가 외돌개 부근부터 서쪽 돔배낭골 절경을 지나 속골까지가 마을의 영역이다.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두 곳이 있다. 솟아난 곳과 들어간 곳. 솟아난 곳은 각시바위 봉우리고, 들어간 곳은 하논 분화구다. 제주의 대부분 오름은 화산폭발에 의해 생겼지만 각시바위는 조면암이어서 융기작용에 의해 생긴 오름이라는 것. 하논 분화구는 겉으로 보기엔 논이지만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5만년 세월을 파악할 수 있는 타임캡슐로 평가되고 있다. 4·3 이전까지만 해도 호근리에 하논골이라고 하는 동네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징까지 생태자원의 범주로 바라보고, 해변지형이 가지고 있는 지질학적 가치에 대한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을 전체를 자연자원을 관광자원화 시킨 벨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적인 존재가치와 특징을 '호근마을 한 곳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현상봉 마을회장에게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너무도 간명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 생태자원에 대한 애정이 깊이 우러나오는 입장표명이다. 생태관광에 미래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결기가 드러나는 호방함이 서려있다.
특별한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민의 미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공동체가 보유한 자연자원은 단순한 힐링의 범주에서만 바라볼 정도로 협소하지 않다. 행정이 추구하는 구호화된 정책에 결부시키기 위해 마을이 노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호근마을과 같은 자연적 보배의 특수하고 독보적인 요소들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분석이 이뤄지고, 상응하는 맞춤형 생태관광 정책이 나와야 한다. 행정기관이 공모를 시행해 정해진 틀과 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 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잠재력에 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호근마을과 같은 주민 역량과 의지를 가진 곳에서부터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예산지원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각예술가>
마을회관의 건축미
<연필소묘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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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옥상에 있는 원뿔구조 절단형 모티브를 주제로 그렸다. 멀리 마을 분위기가 등장하면서 햇살에 존재감을 나타내는 상황. 연필소묘라는 단색화를 그린 것은 각기 다른 색채를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다. 채색이 들어가면 구조가 보유하고 있는 본질에 두꺼운 옷을 입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러한 조형적 형태가 마주 보고 있는 옥상이다. 추상적인 해석은 '고향의 품'이다. 언제든 안아주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공간곡선! 얼른 들어가 안기고 싶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린 것이다. 팔을 벌려 둥글게 안아주는 동작이 건축이라고 하는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단 말인가? 마주 보고 있는 이 형태가 발생시킬 상상력이야말로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터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간절한 이유는 마을회관 건물이 보유하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다면평가 속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해 생태관광지의 명소로 만들어 달라는 소망이 있어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바다
<수채화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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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적으로 묘사하고자 노력한 것은 나뭇가지 틈 사이에서도 보이는 바다색이다. 초록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청금석을 보는 기분으로 풍경화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육하원칙 중에 '어디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다. '어찌하여 호근마을이 생태 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이 한 장의 그림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보라! 나무와 바다가 이렇게 만나는 곳을 쉽게 만날 수 있더냐?" 이런 독백을 거듭하며 그렸다. 막힌 것을 뚫어내는 자연생태의 경험이 관광이라는 생산적 형태로 다가왔다면, 호근마을은 그 위치 자체로 모든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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