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이등병의 편지, 늙은 군인의 노래
입력 : 2024. 06. 19(수) 04: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한라일보] '이등병의 편지'를 읽는다. 첫 소절, 하모니카는 비무장이다. 왠지 그즈음의 청춘은 불안하고 쓸쓸하고 애틋하다. 우리는 모두 군인 가족이다. 가깝고도 멀게, 누군가는 군인이었으며 군인이고 군인일 것이다. 입대하는 아들도 없는, 군 미필자도 이리 절절한데 좀 오래된 노래라고 지금 청춘들 마음이 별다를까.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 보지만 정말 괜찮을지는. 다만, 더 독하게 마음먹기로 한다.

작년 7월, 경북 예천군 일대에 큰비가 내린다. 해병대 1사단은 실종주민 수색에 대민 지원을 요청받는다. 애초 관심 없던 사단장은 일순 급해져 공보용으로 해병대임을 알릴 수 있는 빨간 티셔츠와 정찰모, 장화 착용을 명령한다. 구명조끼, 로프도 없이 삽과 갈퀴만 들고. 물살이 너무 세다는 의견을 묵살하고 투입된 병사 중 몇이 급류에 휩쓸린다. 떠내려가던 채상병이 주검으로 돌아온다. 해병대수사단은 수사 종결 후, 유가족에게 결과를 직접 설명한다. 장관이 결재하고 후임까지 논의했으나 대통령이 격노한다. 예정된 언론브리핑은 취소되고 이첩 보류지시가 내려온다. 국방부 조사본부 보고서는 '사단장 책임 있다.'에서 '사단장 책임 없다.'가 된다. 결국 사단장은 휴가 처리된다. 정직하게 수사한 박 대령은 보직 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라는 무서운 죄가 씌워진다. 인지한 범죄사실 또는 범죄 단서를 빠르게 민간으로 이첩, 신속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이다.

어처구니없는 명령이 고귀한 목숨을 앗아갔다. 구체적 수색 방법을 말하고도 부하에게만 책임을 떠다미는 사단장.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고? 그답다. 상상 불가인 결과를 책임회피로 일관하며 자신의 영달만을 쫓는 무능한 지휘관에게 청춘들을 맡길 수 있나. 수사 내용을 '보류하라. 혐의자를 빼라. 이첩을 중단하라'는 부정의에 동의하는가. 그럼에도 사칭보수들은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한다. 안보가 풍선껌인가. 단물 빨며 씹고 불고 터뜨리기를 반복하며 입안에 굴리다가 뱉고야 마는. 외압의 정황 증거에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다. 비상식적이고 한심한 부결을 보태며 급기야 폐기한다. 강제징집 하는 나라에서 자원한 병사의 자긍심은 어디로 가야 하나. 동료의 영결식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어린 군인을 보았는가. 단 한 번도 번복된 적 없는 박 대령의 증거는 항명죄가 되었다. '네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은 헛된 꿈인가. 명예는 자리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노병이 울부짖는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영원한 해병! '늙은 군인의 노래'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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