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제2공항 갈등 풀고 도민 신뢰 지켜야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입력 : 2021. 04. 08(목) 00:00
제주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묻는 도민여론조사가 끝난 지 이제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제주도민들은 지난 6년간 제주사회의 논란과 갈등을 불러온 제2공항 문제가 이번 공식적인 도민 공론화 절차로 치러진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해결의 국면으로 접어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도민여론조사에 합의했던 당사자들이 그 결과를 애써 외면하거나 이를 부정하면서 제2공항의 갈등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제2공항 건설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의 무책임한 태도다. 알다시피 도민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9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국토부 간에 이뤄진 당·정 협의에 의해서다. 협의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제주도가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존중한다고 했다. 그리고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및 제주도의회와 각각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여론조사를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론조사 직전인 올 1월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의견 수렴 결과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임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제주도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놓고는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도민여론조사가 환경부의 요구에 의해 실시된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신뢰에 기반한 국토부의 정책 결정이 요구되지만, 오히려 도민과의 약속 이행을 늦추면서 도민사회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제주도와 원희룡 지사의 입장이다. 원 지사는 최근 도민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토부에 보낸 제주도의 입장문을 통해 제2공항 추진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의회와 합의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민의를 배반한 것이다.

심지어 원 지사는 제2공항을 제주의 30년 숙원사업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국토부가 제주지역 공항개발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할 당시 원 지사는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제주공항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제주도민에게 달려있다고 전제하며, 기존 공항 확장과 제2공항 신설 중 어느 방안이 제주의 미래가치에 맞을지 도민의견을 모아 그 결론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약속은 무시한 채 맞지도 않는 자신의 주장만 내뱉으면서 도민사회의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2공항 갈등 해법을 묻는 말에 정부는 제주공항 확장안과 제2공항 건설안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제주도민의 선택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당·정 협의에서 도민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은 제주도민의 선택 결과가 나왔지만 이렇다 할 입장표명과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이번 제2공항 찬반 도민여론조사는 국토부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합의한 사항이고, 청와대와 정치권도 인정한 방안이었다. 합의 당사자들은 이제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도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 제2공항의 갈등을 풀고, 제주가 미래로 나가는 길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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