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레이스] (61)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바다 건너온 작은 씨앗이 만든 이국적 풍경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입력 : 2020. 01. 10(금) 00:00
손바닥만 한 선인장 바위틈 사이 빼곡
여름엔 노란꽃… 가을엔 열매 백년초

에메랄드빛 바다·풍력발전기 정취 더해
마을 안길엔 ‘무명천 할머니 삶터’ 보존


우연일까, 기적일까. 작은 선인장 씨앗이 해류를 타고 제주의 어느 바닷가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기적이 일어나 이색명소로 알려진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를 소개한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해안 바위틈에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된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제주의 다른 여행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거나 가족들과 또는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정을 나누기 좋은 여행지다. 까만 현무암 사이로 펼쳐진 선인장,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의 마을 안길,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 등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그려낸다.

꽃과 열매를 보려면 시기를 잘 확인해야 하지만 사시사철 월령리의 검은 현무암 바위틈 사이에 무리 지어 자라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매력을 뽐낸다.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선인장의 자생 상태를 잘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야생 군락지다. 월령리 선인장은 분포적인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는 식물이다. 또 민간약으로 쓰이거나 해로운 짐승의 침입을 막기 위해 심어 놓는 등 주민들의 유용식물이다.

월령리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형태가 손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손바닥선인장'이라고 불린다. 월령리 선인장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해 거의 고사하는 일이 없고, 조직 내에 많은 수분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어 긴 가뭄에도 잘 견딘다.

선인장에 나 있는 가시는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잎이 변형된 것이며, 두꺼운 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줄기다. 여름에는 노란색 꽃이 피고, 가을에는 꽃이 진 자리에 자주색 열매가 열린다. 이 열매가 바로 '백년초'다. 백년초는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등으로 개발 판매돼 주민소득 증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월령리 선인장이 자생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열매나 줄기 등이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월령리 해안으로 밀려와 모래땅이나 바위틈에서 야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집에서 가꾸던 것이 자연적으로 퍼졌다는 설도 있다.

선인장 군락이 펼쳐진 해안가 산책로는 나무 데크로 잘 정돈돼 있다. 산책로를 걷다가 쉼터정자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고, 그 아래 나무 계단을 통해 바다를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는 월령리의 아기자기한 마을이, 오른쪽으로는 선인장 뒤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풍력 발전기가 함께 펼쳐진다. 바닷가에 줄을 잇는 풍차들의 행렬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때로는 파랗게 때로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멀리 보이는 월령포구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월령포구 방파제와 갯바위는 낚시 포인트로,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월령포구는 인근 협재해수욕장이나 금능으뜸원해변에 비해 조용하기 때문에 차분히 제주바다를 느낄 수 있다. 출어 준비를 위해 그물을 재정비하는 모습도 보고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해안가 산책로 시작 지점에 선인장 마을 지도가 벽화로 그려져 있어 나무 데크 올레길 외에 월령리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해안가 산책로로 걷다 잠시 멈춰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카페와 마을 안에 있는 식당은 동네사람들은 물론 이웃마을에서도 많이 찾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카페가 제주의 선인장을 활용해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은은한 자줏빛 감도는 선인장 주스는 달달한 맛이 나며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마을을 걷다보면 4·3 희생자로 널리 알려진 '무명천 할머니'인 진아영(1914~2004) 할머니가 여생을 보낸 집을 볼 수 있다. 4·3 당시 턱을 크게 다쳐 평생을 무명천으로 가리고 지내며 제대로 말하지도, 먹지도 못했던 고된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무명천 할머니 삶터'는 관광객들에게 당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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