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 장편 연재] 갈바람 광시곡(38)
편집부 기자 hl@ihalla.com입력 : 2019. 11. 14(목) 20:00
강준 작/고재만 그림

13-2. 하나도 프로젝트



"우리가 힘을 합쳐 못한 일 있었습니까? 물론 저항이 있을 테지요. 허나 저항 따위에 밀려 못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이게 누구 개인의 이익이 아니고 제주도의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 아닙니까?"




"랴오닝은 하나도를 매입해서 마카오와 같은 카지노 단지를 설치하고, 휴양형 리조트 호텔과 디즈니랜드 같은 유락시설을 만들어 섬 전체를 공원화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케이블카로 섬과 섬을 연결하고 바다 위에는 요트를 띄운다고 해요. 이건 제주도의 관광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에 대해서 우리가 지혜를 모아 전적으로 서포트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형진의 말에 화답하며 '좋습니다', '거 획기적이네', '디즈니랜드 좋지'하는 리액션들이 튀어 나왔다.



"ㅤㅉㅡㅈㅤㅉㅡㅈ"

용찬은 그들의 하는 작태가 어이없었는지 소리 내며 혀를 차면서도 화면에 집중했다.

삽화=고재만 화백


"여 교수님. 마스터플랜 검토 결과 나왔습니까?"

"예. 검토 마치고 담당 부서로 넘겼습니다. 지사의 결단만 남은 상태입니다."

"김 변. 절차나 시행과정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는 어떻습니까?"

"주신 자료 살폈으나, 그대로 밀고 나가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지사를 면담하여 결단을 촉구하겠습니다. 홍 실장은 비서실과 연락해서 면담 일정을 잡아요. 그거 사전에 밖으로 새어나가면 곤란하니까 보안을 철저히 하고."

"예. 알았습니다."

그러자 나오룡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헌데 주민들이나 시민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지난번 삼미동 강제 수용할 때 보셨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전형진이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어려운 사업이라고 불구경하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가 힘을 합쳐 하지 못한 일 있었습니까? 물론 저항이 있을 테지요. 허나 저항 따위에 밀려 못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제주도의 특색 사업으로 입안하고 국가 전략 사업으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이게 누구 개인의 이익이 아니고 제주도의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홍민태가 나섰다.

"맞는 얘깁니다. 밀어붙입시다. 이 원장님은 여당 재정위원이시고 정부 고위 인사와의 채널 여럿 있으시니 정부쪽은 이 원장님이 책임지시죠."



"저거 봐요. 아직 결정도 안 된 사업을 담당 공무원 제쳐놓고 지들이 설치고 있어."

대호가 공분을 참지 못하고 용찬의 얼굴을 쳐다봤다.

"가만, 계속 들어보자."



"그럼요, 야당 초자 국회의원들이 무슨 힘 있겠습니까? 제주도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제가 나서야죠. 헛헛헛"

병원장 이대현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라는 듯 헛웃음까지 날렸다.

"좋아요. 서 위원장 생각은 어떻소?"

"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큰 틀로 보고 찬성입니다. 거기서 거둘 수 있는 지방세 수입도 만만치 않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고, 무엇보다 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은 외자 유치와 세계인이 함께 사는데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만족한 듯 전형진은 입이 귀에 걸리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

"왜 아니겠소? 도의회 통과 낙관해도 되는 거지요?"

"사전 작업해 놓겠습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찬성입니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건설 사업에 제주 업체가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아야 합니다."

발언자는 장석규였다. 그러자 여 교수가 끼어들었다.

"그건 당연한 말이지요. 젊은이들의 저항을 막을 명분도 되니까. 하나랜드 종사원의 50% 이상은 제주의 청년들로 한다는 조항도 허가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형, 이 부분에서 전 지사하는 말 잘 들어봐요. 아주 충격적이야."

용찬은 모든 감각을 집중하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랴오닝 리 회장에게도 우리 존재와 파워를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일만 잘 성사되면 여러분께도 반드시 보답이 있을 겁니다."

영상은 여기서 멈췄다.

"하나도에 관한 건 여기까지예요."

"이놈들, 정말 제주도를 말아먹을 큰일 날 놈들이네."

"그렇죠? 이거 막기 위해선 언론을 통해서 사전에 터트릴 수밖에 없어요."



이튿날 전형진 전 지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고 싶다는 여직원의 전화가 왔다. 박 지사가 곧바로 일러바친 게 분명했다. 용찬은 하나도 프로젝트에 대해 자신의 입을 막으려고 모종의 압력을 넣을 것을 예상하며 일어섰다.



용찬은 특종을 생각하면서 여러 번 수정하며 꼼꼼히 기사를 썼다. 그러나 기사를 송고한 지 며칠이 지나도 중앙 신문엔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사전에 편집 데스크에게 사회면 톱으로 다뤄 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는데?' 용찬은 닷새를 기다려도 기사가 실리지 않자 데스크 부장에게 전화했다.

"특종감인데 왜 그래요? 다른 급한 기사도 없던데?"

"그러잖아도 자네한테 전화한다는 걸 깜빡 했어."

용찬은 부장의 목소리에서 난처한 문제가 있다는 걸 감지했다.

"도대체 누가 막는 겁니까?"

"응 그게 말이야. 위에서 잠깐 보류하라고 했어. 사실을 좀더 확인한 후에 터뜨리자고."

"아니 캡쳐한 사진까지 첨부했는데 무슨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단 말씀입니까?"

"이거 거대한 정치적 함의가 깔려 있는 사안이야. 어차피 언론이란 게 정치권의 눈치를 안 볼 수 있나? 윗선을 통해 알아보니 이미 여당 유력자에게 기름칠이 된 건이었어. 우리 신문사 사주가 그 사람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걸 자네 모르나?"

여당의 유력자 조달제 의원 장인이 신문사 사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특종을 깔고 뭉개는데 용찬은 분노가 치밀었다.

"그럼 다른 신문에 기사 넘겨도 되는 거죠?"

"권 팀장.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게. 이미 하나도 프로젝트는 중국과의 관계 증진이라는 국가 전략 사업으로 조율 중이라 비밀을 유지해 달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네. 잘못 발설했다간 자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용찬은 맥이 풀렸다.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참으며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용찬은 도지사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지사가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부속실에 확인했으나 행사가 있어 곧 출발해야 하기 때문 면담은 곤란하다는 답변이 왔다. 용찬이 막무가내로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 지사실로 들어서는데 방에서 나오는 지사와 마주쳤다. 용찬은 박 지사의 손을 마주잡고 1분만 말미를 달라고 사정하여 지사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없으시다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하나도 프로젝트 어떻게 할 겁니까?"

박 지사는 아닌 밤중에 무슨 홍두깨 같은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권 기자님.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그런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마세요."

박 지사는 딱 잡아떼었다.

"그럼, 두목회를 모른단 말씀입니까?"

"두목회가 뭡니까?"

"전형진 지사의 사조직을 모른단 말씀이죠?"

"이러지 마세요. 전 처음 듣는 말입니다."

용찬은 그 짧은 순간 박 지사가 정말 모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목회라는 것이 공식 명칭도 아니고 전 지사가 운영하는 '제주경제문화연구소'라는 사조직이고 그들이 비밀리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니 모를 수도 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으로 판단했다. 용찬은 순리적으로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하나도 주민들이 중국 사람들에게 땅을 팔고 뭍으로 이주한다는 사실도 모릅니까?"

"아. 그 소식은 보고를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문제에 대해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사유 재산 처리를 지사가 간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잖습니까?"

"그럼 중앙에서 하나도 프로젝트 제안이 오면 거부할 생각은 있습니까?"

"그건 그때 가서 제주도의 미래와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겠습니다."

예상했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이튿날 전형진 전 지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고 싶다는 여직원의 전화가 왔다. 박 지사가 곧바로 일러바친 게 분명했다. 용찬은 하나도 프로젝트에 대해 자신의 입을 막으려고 모종의 압력을 넣을 것을 예상하며 일어섰다.



전 지사의 사무실은 신제주 한 오피스텔 5층에 있었다.

'제주경제문화연구소'라는 팻말이 달린 사무실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직원이 일어서며 응대를 했다.

"권 기자님이시죠? 이리 오세요."

넓은 사무실에는 세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 임대료에 이들에게 월급을 주려면 운영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든든한 후원자가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여직원의 안내를 받고 따라가니 표찰도 달리지 않은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손님 오셨습니다."

"들어와요."

용찬이 안으로 들어서니 소파에서 신문을 읽던 전 지사가 일어서며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세요. 제주출신이라고 이야기 들었소. 나 전형진이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용찬의 손을 움켜쥐었다. 손아귀의 힘이 어찌 센지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일부러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웃는 표정이었으나 눈꼬리가 올라 간 것이 음흉스런 승냥이를 연상시켰다.

용찬이 명함을 꺼내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자 전형진이 대뜸 책상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액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권 기자, 저 글자의 뜻을 아는가?"

<강준 작가 joon44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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