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레이스] (55)산굼부리
은빛 물결 취해 걷다. 웅장한 분화구에 탄성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입력 : 2019. 10. 18(금) 00:00
제주시 산굼부리에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찾아 은백색 억새꽃길을 걸으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강희만기자
4곳 탐방로 감싼 억새 군락 '일품'
산굼부리, 지질·생태적 가치 뛰어나
분화구 안에 난대·온대성 수목 공존


가을, 제주의 오름은 은빛 물결의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억새는 가을 끝자락에 갈수록 더 절정으로 치닫는다. 제주에서 억새 명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산굼부리다. 오름 전체가 억새로 일렁이고 병풍처럼 펼쳐진 오름 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산굼부리는 산에 생긴 구멍(굼)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산굼부리는 제주의 경치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연풍연가'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데, 당시 화면에 등장한 드넓은 억새 군락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 유일 마르형 분화구를 지닌 산굼부리.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산굼부리에는 분화구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탐방로가 코스별로 4곳이 조성돼 있다. 억새로 사방이 포위된 탐방로는 비교적 평탄해 노인과 어린이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다만 인증샷을 찍기 위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밭 안으로 들어가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금물이다.

전망대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와 함께, 정상을 알리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가을 풍경에 더해 웅장하게 펼쳐진 분화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산굼부리는 지질, 생태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오름은 봉긋한 화산체가 있어 마치 대접을 엎어 놓은 듯한 모양이지만 산굼부리는 정반대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형태를 마르형 분화구라고 하는 데, 마르형은 국내에서 산굼부리가 유일하다.

억새꽃길을 걸으며 가을을 즐기는 관광객들. 강희만기자
분화구 정상부 둘레는 약 2㎞, 분화구 바닥 넓이는 2만6000여㎡에 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차장에서부터 분화구까지의 높이가 약 30m인 데 반해 정상에서부터 분화구 바닥까지의 깊이는 약 130m에 달한다는 것이다. 깊이로 따지면 백록담 화구(115m)보다 더 깊다. 야트막한 오름일 것이라고 생각한 탐방객들이 정상에 오른 후 웅장한 분화구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굼부리는 그동안 화산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분화구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지각변동 등의 이유로 새어 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났고, 이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함몰형 분화구가 생성됐다는 연구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굼부리 분화구는 신비로운 생태계까지 탄생시켰다. 분화구 안에는 난대, 온대성 수목이 공존하고 있다. 분화구 내부 높이에 따라 태양이 비치는 일사량과 일조시간이 다르기 때문인 데 일조량이 적은 북쪽 사면에는 난대성 식물이, 일조량 많은 남쪽사면에는 온대성 식물이 자란다.

시간만 잘 맞추면 이런 산굼부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설사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다. 산굼부리 해설 프로그램은 화요일을 제외한 매주 오전 9시30분·10시30분, 오후 2시·3시·4시 등 모두 5차례 진행된다.
핫플레이스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