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박물관은 나의 평생 추억
입력 : 2017. 06. 01(목) 00:00
김완병 hl@ihalla.com
인공지능의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IT산업 뿐만 아니라 박물관 같은 여러 전시영역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선사시대의 유물이나 박제화 된 생물표본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박물관이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타임캡슐을 간직한 곳에서 탈출하여 우주여행을 하듯 미래의 세상을 미리 체험하는 곳으로 변신하고 있다. 요즘에 문을 여는 테마형 박물관을 비롯하여 과학관, 생태원, 자원관, 미술관, 박람회 등의 전시 수준이 호평을 받으면서, 이보다 앞서 개관한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리모델링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지난 2월 말에 완료한 국립제주박물관에 이어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의 리모델링 사업이 한창이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1984년 개관한 이래, 편의시설이나 전시기법 등이 타 박물관의 수준과 비교될 정도로, 도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제주의 대표 박물관이라 하면서 정작 떳떳하게 자랑할 만한 상징적인 브랜드를 발굴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공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창의적인 못한 전문성만을 고집하다보면, 도민 사회로부터 외면 받는 박물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최근 도입된 박물관 운영 인증제가 사립박물관뿐만 아니라 국공립박물관까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모델링은 제주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소중히 담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전시와 연구 영역은 해도 해도 부족하고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정성을 다해도 남에게 질책받기 딱 좋은 포스팅이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누구를 위한, 누구의 박물관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

박물관의 정보를 통하여 지역의 문화, 역사, 생태를 알아간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지가 박물관이 아닐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검색보다는 박물관의 사람들이 마련한 정보를 더 신뢰하고, 불턱이나 오일장터처럼 제주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어야 한다. 제주에게 가면, 바오젠 거리보다는 문화의 거리에 가는 게 더 설레게 되고, 퓨전음식보다는 제주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토 음식점을 먼저 찾는 바람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판을 벌이는 행사에 앞 다투어 참여하는 즐거움이 몸에 베일 수 있도록, 박물관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아져야 한다.

최근 목포의 어느 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는 '모교는 나의 평생 자랑'이라는 표지석을 볼 기회가 있었다. 국가, 직장, 고향, 가정을 생각하면서 정녕 나는 어떤 존재일까.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 주었을까. 순간 두려웠다. 필자에게 박물관이 직장일지 모르나, 방문객 한 분 한 분에게는 소중한 추억일수도, 과거 또는 미래로의 여행일 수도, 아니면 실망감이나 불쾌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어디 박물관뿐이겠는가? 성수기가 따로 없는 제주특별치도,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야 한다. 우뚝 우뚝 솟는 건물보다는 제주다움을 담아내는 생태적 디자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특히나 박물관 사람들은 목소리 큰 사람의 소리보다는 자연과 사람의 숨소리가 주는 가치와 정의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어떤 문화 기관보다도 박물관과 미술관이 제주도의 원형질을 지키는 첨병이 되어야만, 제주도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 평생토록 아름다운 제주도를 각인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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