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모두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을까
입력 : 2014. 07. 03(목) 00:00
"요즘 자식들은 어떤 애들인지 3개월이 지나도 찾아 오기는커녕 전화 한 통 없으니, 품안의 자식이란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동석한 다른 할머니가 "저도 장성한 두 아들이 제주시 내에 가정과 직장이 있어서 큰아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놀러 옵니다마는 작은아들로부터는 '너무나 바빠서 찾아뵙지 못하여 죄송합니다'는 전화 한 통 받은 지가 두 달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내버스에서 70대 노파 두 분의 대화 내용이다. 우리는 요즘 이와 유사한 이야기나 패륜(悖倫) 기사를 종종 접하면서 미래사회를 우려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선진국들이 우리의 효 문화를 본 받아야 할 문화로 인식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2014년 3월 하순 박근혜 대통령께서 유럽 5개국 순방 일정에 따라 프랑스를 방문한 어느 환영 장소에서 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 가까이 둘러싸고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며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어느 한 시민에게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우리 한국을 이렇게 좋아합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시민은 "한국의 효 사상을 특히 좋아합니다. 우리 프랑스에서도 부모님을 잘 섬기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를 꼭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라는 당일 뉴스 내용이 자랑스럽다.

예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이르던 말이며,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꼭 가져가야 할 제1의 문화가 한국의 효(孝) 문화다"라는 말이며,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 등은 위의 자랑을 함께하고 있다.

두 할머니의 대화 내용을 분석적으로 음미해 보자.

단순한 하소연의 의미가 아니다. 자손들로부터 효도 받기 위함보다는 어린것(손자·손녀)들이랑 모두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어린것들이 예절바르고 교양 있는 휼륭한 사회인으로 자라기를 기원하는 내리사랑이 함축된 그리움이다.

또한 자손들은 부모·조부모님께 그냥 찾아뵙기 위함보다는 입신양명하여 뵘으로써 기쁨을 드리며, 그리고 부모가 조부모님을 섬기고 공경하는 모습은 함께 데리고 간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지는 교육이 되어 이들이 예절과 교양 있는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게 되는 등 부모·조부모님을 더한층 기쁘게 해 드리고자 하는 치사랑이 함축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은 가족이 함께 모두들 만남에서 해소될 수 있다.

어느 지인 내외는 자녀들의 바쁜 생활로 찾아오기 딱한 형편임을 헤아려 먼저 안부 전화를 하고 횟수도 적당히 한다.

아들에게 할 전화도 며느리에게 먼저 통화해서 안부를 물은 후 아들을 연결해서 전하고, 또 딸에게 할 전화도 사위에게 먼저 통화해서 안부를 물은 후 전하여 며느리나 사위에게 소외감이 없게 하며, 소통 등에 힘쓴다고 한다.

고도산업사회의 복잡 다양한 현실의 삶을 생각하며 역지사지(易之思之)의 내리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저마다 천륜(天倫)의 도리를 생각하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효 문화를 현실에 되살려 내리사랑과 치사랑의 실현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효 문화는 세계화로 발전할 것이다.

<정한석( 前 초등학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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