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교육의 7대 과제
입력 : 2014. 01. 30(목) 00:00
설 명절이 지나면 곧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일이다. 짐작부터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들이 없지 않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난립하는 후보군과 하마평을 넘어 이번 선거에 나설 예비동량들이 정해질 것이다. 물론 본 선거 후보등록일까지 예비동량들끼리 합종연횡하면서 후보들은 더 좁혀져 가겠지만, 차별화된 정책을 가진 후보들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백이 누가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나는 솔직히 교육감 선거에 더 관심을 두는 편이다. 그것은 도민이나 언론이 도지사 선거에 상대적 관심을 표명하는 현실에 대한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정말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때문이다. 교육감은 제주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재임동안 그가 펴는 교육정책은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의 행불행을 넘어 삶의 가치와 성패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제주교육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들을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들은 이번 선거에서 내가 지지할 교육감을 선택하는 준거가 될 것이다.

첫째, 고입제도 개선이다. 제주에서 모든 교육문제의 근원은 평준화일반계고 진학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률에 있다. 고입의 관문에서부터 아이들을 성공과 실패군으로 낙인찍는 현행의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나는 어떤 후보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 눈여겨볼 것이다. 이하의 과제들은 이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둘째, 교사들이 본직에 충실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조성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교사가 교직에서 보람을 얻지 못하면 학생이 행복할 수 없다. 교사들을 전시성행사나 과도한 행정업무로부터 학생들의 곁으로 보내야 한다. 셋째, 인권친화적인 학교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력중심과 경쟁만능의 교육과정은 개선돼야 한다. 학생들의 개성을 신장하고 자아실현을 돕는 교육, 아름다운 심성과 건강을 다지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폭력도 인권친화적인 교육과정과 학교환경이 조성될 때 근본적으로 해결가능하다.

넷째, 교실수업의 개선이다. 인권친화적인 교육과정의 운영과 함께 반드시 교실수업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훌륭한 교사는 열변을 토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게 도와주는 교사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사교육비의 경감이다. 어느 지역보다 제주의 사교육비가 해마다 대폭 증가하고 있다. 제주에서 사교육비 증가를 이끈 학교단위는 초등과 중학교이다. 특히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5만8000원)는 16개시도 중에 단연 6위이다.

여섯째, 작은 학교 살리기이다. 작은 학교를 통폐합할 것인지의 여부를 교육효과나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는 단순히 교사와 아이들의 교학놀이 장소만이 아니다.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중심이고 지역사회발전의 미래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은 졸업생들의 마음의 고향이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일곱째, 탈학교 학생을 위한 공립형 대안교육기관의 설립이다. 경쟁만능의 교육으로 학교를 이탈하는 고교생들이 많다. 패자부활전도 없는 곳이 제주교육이다. 교육은 오히려 상처받고 실패한 아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마땅하다.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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