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집중이수로 도덕적 인성이 함양되는가
입력 : 2013. 12. 05(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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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만능의 각종 교육정책을 밀어붙인 바 있다. 또한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2007교육과정을 실행도 해보기 전에, 작위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09교육과정이고, 2011교육과정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학업성취도 평가처럼 폐기된 정책도 있지만 전 정부에서 시작된 교육정책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변치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교육과정을 개편한 취지의 하나는 교과목 수의 축소를 통해 총 학습량을 적정화해 학생들의 학기당 학업부담을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이른바 '집중이수제'이다. 교육과정 구성의 방침에는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 축소를 통한 학습부담의 적정화와 의미 있는 학습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집중이수를 확대한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특정 교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전 학년의 과정을 한꺼번에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마땅히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목별 학습량의 조정 없이 학기당 과목 수의 축소나 집중이수제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의 학습량과 수업시수는 변치 않는다. 과목 수 축소와 집중이수의 대상과목에서도 이들은 예외가 된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다. 오히려 학습 부담이 많은 이들 교과를 몇 개의 집중시기로 나누어 전체 학습총량을 줄여 학습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집중이수제로 해서는 안 될 교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도덕적 인성을 길러주는 도덕교과가 대표적이다.
도덕적 인성은 단순히 도덕적 지식이나 가치판단 능력의 신장만으로 함양되는 것이 아니다. 민감성과 열정 등과 같은 도덕적 정서와 의지, 그리고 행위능력과 실천습관 등을 아우르는, 즉 선에 대해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통합적인 덕성이 길러져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인성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동안 단계적으로 발달돼 가는 것이라는 데에 많은 도덕심리학자들이 합의한다. 이러한 점에서 도덕교과는 다른 지식이나 기술 교과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2011도덕과교육과정에서도 "도덕과는 교과 특성 상, 집중이수제의 적용이 용이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교육의 현실은 도덕과교육과정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모든 중학교에서 도덕교과를 집중이수 과목으로 삼고 있다. 도덕과의 특성을 무시하는 부당한 처사이고 비교육적 접근이다. 도덕교사들도 난감하다. 시수가 적다보니 집중이수를 하는 학교로 마치 지식 상처럼 품팔이를 다녀야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차분히 자기학교에서 학생들의 도덕성 인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 이래 학교폭력의 근절이라는 명분 아래 전시성 정책과 인성교육 방안들이 난무해왔다. 제주도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교과는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중핵교과이다. 진정으로 도덕교과다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전시성 정책들이 무슨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곧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학교교육과정이 짜여질 것이다. 도덕과의 특성에 걸맞는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에 심혈을 다해주시길 교육당국에 권고 드린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마땅히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목별 학습량의 조정 없이 학기당 과목 수의 축소나 집중이수제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의 학습량과 수업시수는 변치 않는다. 과목 수 축소와 집중이수의 대상과목에서도 이들은 예외가 된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다. 오히려 학습 부담이 많은 이들 교과를 몇 개의 집중시기로 나누어 전체 학습총량을 줄여 학습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집중이수제로 해서는 안 될 교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도덕적 인성을 길러주는 도덕교과가 대표적이다.
도덕적 인성은 단순히 도덕적 지식이나 가치판단 능력의 신장만으로 함양되는 것이 아니다. 민감성과 열정 등과 같은 도덕적 정서와 의지, 그리고 행위능력과 실천습관 등을 아우르는, 즉 선에 대해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통합적인 덕성이 길러져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인성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동안 단계적으로 발달돼 가는 것이라는 데에 많은 도덕심리학자들이 합의한다. 이러한 점에서 도덕교과는 다른 지식이나 기술 교과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2011도덕과교육과정에서도 "도덕과는 교과 특성 상, 집중이수제의 적용이 용이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교육의 현실은 도덕과교육과정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모든 중학교에서 도덕교과를 집중이수 과목으로 삼고 있다. 도덕과의 특성을 무시하는 부당한 처사이고 비교육적 접근이다. 도덕교사들도 난감하다. 시수가 적다보니 집중이수를 하는 학교로 마치 지식 상처럼 품팔이를 다녀야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차분히 자기학교에서 학생들의 도덕성 인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 이래 학교폭력의 근절이라는 명분 아래 전시성 정책과 인성교육 방안들이 난무해왔다. 제주도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교과는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중핵교과이다. 진정으로 도덕교과다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전시성 정책들이 무슨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곧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학교교육과정이 짜여질 것이다. 도덕과의 특성에 걸맞는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에 심혈을 다해주시길 교육당국에 권고 드린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