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서귀포 바보'들의 서귀포 사랑
입력 : 2013. 11. 28(목) 00:00
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를 가리켜 '딸 바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에 빗대어 '손녀 바보' '오빠 바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런데 서귀포엔 '서귀포 바보'들이 많다. 즉 본래 서귀포 사람보다 더 서귀포를 사랑하는 이주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이 고향이지만 22년째 서귀포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하며 서귀포 문화예술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왈종 화가가 있다. 자칭 "서귀포 왈종"으로 서귀포 사랑을 가장 잘 웅변해주는 이들 중 한사람이다. 서귀포가 너무나 좋아서 서귀포를 떠나서 한시도 살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귀포 정방폭포 인근에 사비를 털어 미술관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

매년 서귀포시와 함께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해서 유니세프 기금마련 이왈종 판화전을 통해 작품판매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도 한 그는 앞으로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남은 예술 혼을 불태우겠다고 한다. 그의 서귀포 사랑에 실로 많은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중문 여미지 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상규 회장도 '서귀포 바보' 중 한사람이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인 그는 (재)부국문화재단 이사장과 부국철강 대표로 있으면서도 제주가 좋아서 특히 서귀포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내려와 2005년 서울시가 운영하던 여미지 식물원을 인수해서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남 회장의 서귀포 사랑은 추사 유물 기증으로도 유명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대학동기이자 친구인 남 회장은 2006년 부국문화재단이 2002년부터 수집 소장해 오던 추사 김정희 관련 유물 51점을 기증했다. 이중 김정희 종가 유물 26점이 일괄 보물로 지정되면서 추사유배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정말로 서귀포에 고마운 분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가수 조영남씨와 함께 가파도를 다녀왔다. 황해도가 고향인 그는 1950년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이주해 1964년 서울음대 성학과에 입학, 1969년 '딜라일라'라는 번안가요로 한국 가요계에 데뷔해 하루아침에 가요계 스타로 등극했다. '제비' '보리밭' '화개장터' '모란동백' 등 수많은 히트곡을 불러 대표적인 국민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는 MC로 그리고 화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러한 그가 가파도에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하고 있다.

가파도를 방문한 조영남씨는 가파도가 좋아서 미술관 건립에 앞서 지역주민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 조만간 작은 콘서트도 준비한다고 했다. 벌써부터 또 한 명의 '서귀포 바보'를 만난 것 같아 흐뭇했다.

이외에도 서귀포엔 '서귀포 바보'들이 많다. 본래 서귀포 사람보다 더 서귀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소개를 못하지만 이러한 '서귀포 바보'들이 많이 있어 서귀포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사회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명도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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