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지금도 주름잡는 10년 전 개발정책
입력 : 2011. 02. 1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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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동쪽 중산간에 우뚝 솟은 다랑쉬 오름의 자태는 어느 위치에서 어느 계절에 보아도 아름답다. 10년 전 이 오름을 배경으로 다랑쉬 오름 밑자락 곶자왈 지역에 대규모 온천개발사업이 벌어졌다. 세화·송당온천지구 개발사업이었다. 오름경관이 훼손되고, 곶자왈 지역이 사라지는 개발사업이 논란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없다던 숨골들과 보호종인 야생동식물도 환경단체에 의해 발견되었고, 동굴 분포가능성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환경단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개발사업을 승인하고 만다.
최근 제주도는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거나 미착공한 관광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취소했다. 이 중에 근 6년 이상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었던 세화·송당온천지구 개발사업이 포함되었다. 이제 행정절차는 다시 10년전 원점으로 돌아갔고, 모두가 원래상태를 되찾은 듯 보인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다랑쉬 오름을 올라본 이들은 알듯이 온천지구 사업부지는 이미 처참하게 훼손된 상태다.
사업승인 이후 지반 정지작업으로 사업부지는 마치 공항활주로처럼 변해 버렸다. 당시 사업부지의 나무들이 포크레인에 꺾여 우지직 우지직 소리를 내며 쓰러지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곳은 초지와 가시덤불, 잡목들도 형성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숲의 전이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태교육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풍경이 모두 사라져 억새만이 황량하게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특히, 제주도의 자세가 원망스럽다. 관광개발사업의 무리한 추진결과이기도 하지만 환경보전보다는 개발사업 중심의 도정시책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우근민지사가 선보전 후개발을 천명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대로다. 울울창창한 곶자왈 숲 한가운데 채석장 허가가 논의되고 있다. 제주개발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왔던 400고지 이상의 산록도로 지역마저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타당성이나 지형·지물도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도로건설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7대 자연경관이 웬 말이고, 세계자연보전총회, 세계환경수도 조성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 도민들이 만족하는 환경정책을 펴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될지 걱정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제주 개발사만으로도 학습효과는 충분하다. 이를 위해 중산간의 대규모 산림이 희생되었고, 일부에서는 개발사업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투자유치를 명분삼아 막무가내로 토지를 내주고, 개발사업을 유치해서도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도정의 개발정책 변화는 국제자유도시라는 제주미래비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뭇 생명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해온 야만의 시대와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미래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길은 선택의 여지없이 생태사회로 가는 길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복원하고, 제주의 공동체를 회복시켜 가는 길이다. 제주도정의 정책변화로 이 길을 열어나가기 바란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오피니언'면의 외부필자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업승인 이후 지반 정지작업으로 사업부지는 마치 공항활주로처럼 변해 버렸다. 당시 사업부지의 나무들이 포크레인에 꺾여 우지직 우지직 소리를 내며 쓰러지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곳은 초지와 가시덤불, 잡목들도 형성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숲의 전이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태교육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풍경이 모두 사라져 억새만이 황량하게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특히, 제주도의 자세가 원망스럽다. 관광개발사업의 무리한 추진결과이기도 하지만 환경보전보다는 개발사업 중심의 도정시책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우근민지사가 선보전 후개발을 천명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대로다. 울울창창한 곶자왈 숲 한가운데 채석장 허가가 논의되고 있다. 제주개발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왔던 400고지 이상의 산록도로 지역마저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타당성이나 지형·지물도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도로건설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7대 자연경관이 웬 말이고, 세계자연보전총회, 세계환경수도 조성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 도민들이 만족하는 환경정책을 펴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될지 걱정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제주 개발사만으로도 학습효과는 충분하다. 이를 위해 중산간의 대규모 산림이 희생되었고, 일부에서는 개발사업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투자유치를 명분삼아 막무가내로 토지를 내주고, 개발사업을 유치해서도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도정의 개발정책 변화는 국제자유도시라는 제주미래비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뭇 생명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해온 야만의 시대와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미래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길은 선택의 여지없이 생태사회로 가는 길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복원하고, 제주의 공동체를 회복시켜 가는 길이다. 제주도정의 정책변화로 이 길을 열어나가기 바란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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