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보호 더는 미룰 수 없다] (3)대체할 수 없는 해양생물 다양성의 보고
입력 : 2023. 05. 22(월) 00:00수정 : 2023. 05. 22(월) 14:47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바다생물의 효율적 보전 위해 제주바다 주목해야"
제주, 생물 지리적 특이성 가져
한국해역 생물다양성 핵심지대
3000종 이상의 생물 정주·기착




[한라일보] "'산호 삼각지대 coral triangle'을 지구 해양생물 다양성의 진원지로 간주한다." 유수의 해양생물학자들과 자연보전 단체들이 어떤 열대해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주 바다의 일차생산자는 기본적으로 해조류와 식물플랑크톤이다. 해조류 다양성은 이 식물에 의존해 사는 생물의 종 수와도 연관이 있다.(사진 현병철)
면적은 전 세계 해역의 1.5%에 불과한데 '광합성을 하는 미세 식물체와 공생을 하는 산호로 초를 조성하는 돌산호(조초산호)'의 76%와 산호초 어류의 37%(2228종)가 산다. 이곳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일부 또는 전체 바다를 포함하는 삼각형 해역이다.

이달 초에 이 특별한 바다에 있는 인도네시아 북단의 한 섬 '모로타이 Morotai'를 방문하고 수중 생태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제주 바다에 있는 여러 물고기를 보았고, 낯익은 몇몇 연성산호류도 발견했다. 물론 단풍돌산호류도 있었다. 수중에서 생물들을 관찰하면서 제주 바다가 한국해역 생물다양성의 핵심 지대일 것으로 생각했다.



신기한 해양생물의 보고


꽃병조개라고 이름 붙였던 특이한 생김새의 조개인데 모래 속에 잠입해 살아서 그런지 수관이 있는 곳을 석회질 원통 모양인 단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어 이름을 그대로 번역하면 '큰물뿌리개조개'가 된다.(사진 김병일)
1993년 여름 서귀포항 근처 어느 식당에서 한 지역 선배 다이버가 "제 박사에게 주는 선물이야." 하며 대롱 모양 물체 하나를 건넸다. 받아보니 석회관인데 신기하게도 위에 주름이 져 있고, 아래에 조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랫부분이 반쯤 깨져 완전한 모양을 알 수 없었으나 도감에서 봐왔던 조개였다. 이 종이 제주에서 살다니! 흥분되어 이리저리 보고 있던 차에 조개에 관해 몇몇 지역 다이버들이 대화를 활발하게 나누었다. 다 알아듣지를 못했지만, 대충 정리하면 이런 이야기였다. "예전엔 심심찮게 보았는데 요즈음엔 통 안 보여. 살은 참 맛있었지." 마음속으로 '꽃병조개'라고 이름을 지었다.

30년이나 지난 지난해 가을 서귀포항 근처에서 다이빙 가게를 했던 김병일 수중사진작가가 "형님! 그 조개를 실물로 가지고 있어요"라고 했다. 직감적으로 '꽃병조개'임을 알아챘다. 병에 담겨 있는데 손상이 없었다. 크기나 외부 형태로 볼 때 이 종은 일본 남부해역의 모래 바닥에 잠입해서 사는 아열대 종인 '큰물뿌리개조개 Giant watering pot'로 보였다. 나중에 분류학적 검토를 거쳐 학명과 공식 우리말 이름도 정해야 할 것이다.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 보고되는 종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다른 해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생물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곳이 제주 바다다. 지난주엔 혹등고래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다 제주도가 생물 지리적 특이성을 가져서다. 인도네시아에서 본 산호초 어류들의 일부를 제주 바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산호 삼각지대'의 생물들이 필리핀 주변 해역에서 발원하는 구로시오를 따라오기 때문이다.





제주 바다의 생물다양성


제주 바다의 대표적인 종은 단연 연성 산호 군집이다. 이들의 화려함과 집중성은 전 세계 어떤 바다와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임재훈)
이런저런 수많은 해양생물이 모여 사는 제주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알아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해역의 생물을 모두 찾아내어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들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기록할 전문가가 절대 부족해서다.

그렇지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우선은 상대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해당 생물의 전문가들이 있는 어류나 해조류부터 추정해나가며 전체를 미루어 추측하는 방식이 있다. 이들이 저술한 권위 있는 도감이나 서적을 보면 개략적인 종 수를 나타내곤 한다. 다른 방식은 서식지를 파악하고 서식지의 수나 보호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후자는 종수를 알아내진 못해도 제주도가 거문도보다 해양생물이 더 다양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서식지는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인데 환경이 다른 바위와 모래에 사는 생물이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해안서식지에는 모래펄 해안, 모래 해안과 사구, 수중의 용천지역, 잘피밭을 포함한 연성저질과 바위와 돌멩이 해안과 수중의 모자반과 감태 등 해조류 군락이 있는 경성저질 그리고 직벽 등이 있다. 이런 서식지의 존재 여부와 규모 그리고 보호 정도를 기록된 '서식지 지도 habitat map'을 만들어 두면 긴요하게 쓸 수 있다. 지도에 주요 우점종과 보호 대상 종 그리고 외래종 등을 표식하면 해안 생태계 관리의 기본은 갖춘 셈이 된다. 추가로 현장조사를 통해 종 수를 정기적으로 파악하여 그 변화까지 자료로 남기면 이상적이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조사하지 못했던 외딴 섬이나 수심이 깊은 곳까지 확인하며 다양성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제주도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을 뺀 대형 해양생물은 얼마나 될까? 해조류 전문가인 강정찬은 우리나라 전체에 980여 종이 있고, 제주도에는 750여 종 이상이 사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어류학자인 명정구가 저술한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2021)'에서 한국해역의 종을 1000여 종으로, 제주 바다에서 관찰한 종은 750여 종으로 적었다. 그리고 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은 제종길 등이 수중과학기술에 쓴 논문 '제주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해안서식지와 저서동물 다양성 조사 보고(2002)'에서 1470종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부유 또는 유영하는 무척추동물인 오징어류와 해파리류 등과 최근 보고된 종을 포함하면 1600여 종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또, 이들 무리에 속하지는 않은 바다 포유류와 현화식물 등 20여 종을 추가하면 적어도 3000여 종 이상의 해양생물이 제주 바다에 정주 또는 기착해서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제주 해양생물 동태 주목해야


'산호 삼각지대'의 해양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은 것은 온도와 서식지 다양성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곳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즉, 열대해역도 수온이 오르면 생물들이 수온이 낮은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바다 해양생물의 효율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제주 바다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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