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일의 승전 역사 을묘왜변 현장을 가다 6 ] (5)문화기억으로 전승하는 제주을묘왜변 승전이야기 (하)
충분한 사료 조사·고증 거쳐 역사문화 자원화해야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입력 : 2022. 09. 21(수) 00:00
을묘왜변의 현장 가운데 하나인 제주성 남성 일대 복원된 성벽.
나주시 2025년 개관 목표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조성
역사적 사실 연구 확대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필요


495년 전 달이 뜨지 않은 어두운 하늘에는 하얀 소금처럼 수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별들을 보면서 명민한 아이는 독서를 좋아하고 꿈을 꾸었다. 아이는 북극성의 기운을 받아 태어났다. 아이는 그 북극성을 보다 '고내 오름'에서 불이 나는 것을 보았고, 잠시 후 '남두 연대'에서 불이 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왜구가 들어오는 신호였다. 어린 아이는 왜구에 대해 걱정했다. 아홉 살이 된 어린 아이는 안장도 없이 말을 타고 거침없이 돌아다녔다.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을묘왜변의 영웅이자 치마돌격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것은 건공장군 김성조의 전기 동화이다. 전쟁과 관련된 영웅의 이야기는 언제나 인물 탄생에 있어 특별한 기원, 유아시절 영웅이 될 징조, 영웅이 되기까지의 활약, 큰 별의 죽음과 사회변동 등과 같은 서사구조로 콘텐츠화 돼 있다. 제주에는 제주 인물에 대한 전기 동화가 많지 않다. 거상 김만덕, 헌마공신 김만일 등의 전기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이런 전기 동화는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 인식하고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특히 승전의 영웅은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피겨선수 김연아 이후 김연아 키즈(kids)가 많이 생겨난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일반 시민들도 문화적 매체와 문화적 기억을 통해 과거를 인식하고 내면화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한다.

건공장군 김성조의 전기 동화 표지.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은 경계해야할 요소가 있지만 충분한 사료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형을 자원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 콘텐츠를 발굴한다면 교육, 문화산업,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 증진 등 현재적 활용가치는 높다. 그런 점에서 을묘왜변과 치마돌격대에 대한 역사문화자원화는 제주지역 공동체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제주을묘왜변과 관련된 역사문화자원들은 기록과 문헌, 장소, 인물, 비석, 족보, 노래, 시, 삽화 등이 수집되고 있다. 명종실록을 비롯해 탐라기년, 증보탐라지 등과 같이 제주의 을묘왜변을 기록해놓은 2차~3차 기록물들이 수 십 편 있으며, 이것들을 기반으로 해 4~5차 콘텐츠로 발전시킨 역사 및 문화 교양서들이 있다.

화북포구와 수전소와 남수구 터, 제주성지, 제주목관아지 망경루 등은 기념물 및 사적지로 지정된 곳도 있지만, 제주을묘왜변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이 장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건들이 같은 장소에 중첩되면서 장소의 정체성에 대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경쟁과정을 뚫고 나오지 못했는지 오늘날 화북포구에는 1555년 1000여명의 왜구를 파적했던 을묘왜변의 흔적이 한 줄도 없다. 남수각 다리 끝에는 을묘왜변 전적지 표지석이 있지만, 다리 위 표지석은 그날의 영광은 찾아보기 힘들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김수문 목사를 비롯해 김직손, 김성조, 이희준, 문시봉, 김몽근 등의 인물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이외에도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발견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당시 제주를 공격했던 왜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하고, 제주 주민들과 그들의 당시 삶에 대한 고찰도 있어야 한다. 현재 인물과 관련된 콘텐츠로는 건공장군 김성조 등에 대한 전기 동화 ‘을묘왜변의 영웅, 김성조’ 등이 있다.

이러한 전기 동화도 중요한 콘텐츠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숨 막히는 민관협동작전의 성사과정을 비롯해 제주수문을 지켜내지 못하면 제주의 모든 공동체와 주민들이 죽는다는 절박함과 화력으로 무장한 눈앞의 적을 일당백으로 상대해야 하는 비장함이 일체의 폭발적 힘으로 발현했던 과정 등, 우리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쪽으로 인물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제주지역 한 방송에서는 '제주을묘왜변과 치마돌격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2021년'화력조선'이란 영상을 만들었는데, 조선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왜구 침략인 1555년 을묘왜변과 당시 사용되었던 총통 등 무기를 중심으로 을묘왜변을 조명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화력으로 무장한 왜구를 말과 활로 대응해 승전했다는 점에서 조명해야 할 것이 많다.

최근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주도하고 있는 남도의병 역사박물관에서는 을묘왜변부터 1919년 3·1운동 이전까지 의병 관련 유물을 모으기 위해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남도의병 역사박물관 조성사업은 사업비만 480억원에 달하고 33만㎡(10만여평) 부지에 연면적 1만6500㎡의 건물로 조성되는 사업으로 역사공원(historic park)이라는 콘셉트로 조성되는 도시공원사업이다. 기념관, 전시실, 테마파크, 상징조형물, 학예실, 교육관 등을 갖출 예정이다. 2025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공간은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모으고 콘텐츠화 하는데 효율적이다. 또한 현재의 시민들과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오롯이 문화적 기억으로 연결시켜 전승시킨다. 그 속에 남도사람들은 의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과거-현재-미래의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

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제주을묘왜변을 생각한다면 제주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은 제주을묘왜변과 치마돌격대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연구가 확대·지속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원형에 대한 역사자원화 및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섬에서 스스로를 지켜냈던 제주사람들의 의지의 결과는 오늘날 제주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넷 한 국어사전에 을묘왜변은 '전라남도 해남군 달량포에 쳐들어온 사건'으로만 기재한다. 아직 제주을묘왜변이 우리들의 인식과 문화매체에 온전히 깃들어지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제주을묘왜변에 대한 역사문화자원화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산재해 있는 자원들을 모으고 콘텐츠화 해서, 제주의 시민들과 제주을묘왜변을 문화적 기억으로 이어줄 매개체와 이를 시행할 주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속에 제주의 과거-현재-미래가 한 궤 속에 있게 되는 것이다. <끝>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548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기획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