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7) 서귀포시 신평리·동일리
신평 곶자왈 빗물 지하가 아닌 용천수로 분출 주목
고대로·이태윤기자 hl@ihalla.com입력 : 2022. 08. 16(화) 00:00
용암절리층 통과 못한 빗물 지상으로 역류 원인
용천수 나오는 곳에 저류지 조성해 가뭄시 이용
동일리 저류지 상부 숨골… 1일 수백t 땅속 유입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는 중산간마을로서 서쪽으로 무릉2리와 동일2리, 동쪽으로 보성리, 북쪽으로 구억리와 접하고 있다. 마을명에서 알 수 있듯 평평한 지형을 보이고 있어 주로 벼, 마늘 등 밭 작물 위주의 농사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또 신평리는 빌레지형이 넓게 형성돼 평평한 지세를 이루고 있고, 중산간 마을에서 보기 드물게 마을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이용하던 샘이 곳곳에 분포해 있어 과거로부터 식수가 풍족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신평 2호 우수 저류지. 강희만기자


#신평리 할망당

신평리 곶자왈 끝자락에 위치한 할망당은 마을 주민들이 할망신을 모시는 곳이다. 현재는 나무덩굴 등 수풀이 우거져 접근이 어렵지만, 과거 음력 정월이면 가족의 1년동안의 건강을 빌던 곳이다.

특히 할망당에는 할망당구녕(구멍)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은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곶자왈에서 흡수된 빗물은 할망당구녕을 통해 뿜어져 나오면서 이 일대 침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최근에는 수로를 정비해 빗물은 우수로를 통해 저류지로 내려가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신평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주민 김창민(76)씨는 "할망당구녕에서 나오는 물은 용천수 못지않게 파랗고 시원해 먹는 물로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신평리 일대에는 봉개통 등 예부터 생활 용수로 이용할 수 있었던 샘이 곳곳에 분포해 있었고, 가뭄때도 새벽 일찍 샘터를 찾으면 허벅에 물을 기를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비가 워낙 많이 오면 농지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고, 이후 물골 정비가 이뤄지면서 현재는 숨골, 물통 등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평 1호 우수 저류지
김창민(76) 어르신이 할망당구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숨골 조사에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 소장은 신평리 곶자왈에서 흡수된 빗물이 할망당구녕에서 분출되는 것은 과거 용암퇴적 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평리 곶자왈의 경우 평지에 시루떡 처럼 용암이 쌓였다. 또 신평리 곶자왈은 빌레지형이지만, 용암동굴은 발달되지 않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화산활동 휴지기에는 시루떡처럼 쌓인 용암 사이로 고토양층 등 퇴적물이 쌓일 경우 이때 쌓인 퇴적물은 불투수층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시루떡 용암 사이로 빗물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줄게 되면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경우, 할망당구녕 같은 곳으로 물이 역류 할 수 있다. 즉, 용암절리층을 따라 스며든 빗물은 오랜 시간을 거쳐 지하수위에 도달해 해안에서 용천수로 나오는 반면, 절리층에 들어가지 못한 빗물은 곧바로 지면으로 역류한다는 것이다. 이에 신평리지역은 물이 수평적으로 흐르는 지형으로 볼 수 있고, 물이 잘 안빠지는 투수성이 약한 지형으로 볼 수 있다.

동일리 저류지 상부에 위치한 숨골로 1일 수백t의 하천수가 유입되고 있다.(원 안은 숨골)


#동일리 저류지 숨골

동일리 저류지 상부에도 숨골이 있다. 신평리에서 흐르는 빗물 등은 옛 물길을 정비한 하천을 통해 하류지역에 있는 동일리 저류지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5일 찾은 동일리 저류지에는 상부에 있는 숨골로 하천을 따라 내려온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었는데, 물은 모두 저류지에 있는 숨골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루 수백t에 달하는 물이 숨골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민들은 이곳 저류지는 많은 비가 내려도 저류지에 저장된 물은 빠른 시간 내에 모두 땅으로 흡수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저류지는 범람하지 않는다"면서 "또 저장된 물 또한 하루 이틀이면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

동일리 저류지 상부 숨골로 하천수가 모두 빠져 들어가면서 숨골 하부지역 하천바닥이 메말라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이 동일리 저류지 숨골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동일리 저류지의 숨골인 경우 화산의 화구 또는 산의 중턱과 기슭에서 화산가스가 분출되어 나오는 구멍을 말하는 분기공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신평리와 동일리 등 서부지역은 고도가 낮고 해안선과 인접해 있는 등 지하수위가 얕기 때문에 오염에 취약한 지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제주의 숨골 조사 과정에서 지역별로 숨골의 규모와 형성 원인 등이 모두 다르다"면서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로·이태윤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63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