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두고내린 휴대폰 돌려받을 때 적정 보상금은?
"하차 직후 연락했다면 유실로 보기 어려워…사례금은 소요 운임이 타당"
유실물 반환 가능성 클수록 보상금 줄어…"휴대전화도 보상가액 낮춰야"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입력 : 2021. 11. 21(일) 09:13
휴대전화. 연합뉴스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되돌려받았을 때 지급할 보상금을 두고 승객과 택시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때가 종종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린 승객이 하차 뒤 2분 만에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돌려받았는데, 사례비로 1만원을 건넸더니 기사가 10만~20만원을 요구해 결국 5만원을 줬다는 사연이 게시됐다.

해당 글과 관련 기사에는 "20만원은 심했고 그렇다고 1만원도 아닌거 같다" "택시로 오는 비용+수고비 3만원이 적당하다" "집앞까지 왔으면 미터기 켜고 ×2 정도 주면 적당하다" "5만원 정도면 적당한 듯하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리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이런 경우 보상금은 어느 선이 적정하다고 봐야 할까?

이 사건에서 택시기사가 당초 요구한 10만~20만원은 유실물법이 규정한 유실물 반환 시 보상비율을 최대한도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실물법(4조)에는 물건을 반환받는 사람은 물건가액의 5~20%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휴대전화의 가액을 대략 100만원으로 보고 10~20%의 보상비율 적용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을 유실물로 보고 습득자에게 보상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버스,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도 마찬가지다. 만약 습득물 반환을 거부하면 형법(360조)상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게 되는데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하차 후 단시간 내 반환을 요청했다면 휴대전화를 분실(유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실물은 점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점유를 이탈한 물건으로 도품(盜品)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래 점유자가 물건의 소재를 알고 다시 찾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점유가 존속되고 있는 재물에 해당해 유실물로 보지 않는다. 보관소나 가게, 제3자에게 물건을 임시로 맡겨둔 경우가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최승환 변호사는 "승객이 택시에서 내린 직후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사실을 알아차리고 즉시 연락을 취한 경우라면 이를 유실물로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택시기사가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승객과 하차 직후 연락이 닿았다면 여전히 승객의 휴대품을 안전하게 운송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택시운송사업 운송약관(12조)에는 사업자는 여객의 휴대품 및 휴대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고 분실된 여객의 물품을 찾을 경우 여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유실물 여부는 소유자가 점유를 잃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택시의 경우 승객과 운전자 간에 운송을 위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택시 안에 핸드폰을 떨어뜨린 경우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와 달리 이 사건은 택시기사를 직접점유자, 소유자를 간접점유자로 볼 여지가 있다. 아직 소유자가 점유를 상실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아 유실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차 직후가 아니더라도 승객이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사실을 인지해 택시기사에게 늦지 않게 연락했다면 길거리에서 물건을 떨어뜨려 분실한 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남수 변호사는 "소유자가 택시에 두고 온 것을 알고 기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소유자의 점유를 이탈한 유실물로 보기 어렵고 기사의 점유가 개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손님이 기사에게 명시적으로 위탁하지는 않았지만 운송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위탁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득범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길에 떨어뜨려 확정적으로 점유를 상실한 상황과 달리 계약상 보호의무가 있는 택시기사가 점유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유실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휴대전화를 유실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반환 사례금도 지급할 필요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택시 탑승 시부터 휴대전화를 전달할 때까지 발생한 전체 운임에서 이미 지급한 운임의 차액을 정산하거나, 하차 후 휴대전화를 전달하는 데 별도로 발생한 운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석이다.

이남수 변호사는 "민법상 점유자의 비용상환청구권에 따라 기사가 휴대전화를 반환하기 위해서 택시를 운전해 간 시간에 따른 요금, 만일 외진 곳이라면 돌아가는 요금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민법(203조)에는 점유자가 점유물을 반환할 때 회복자에게 점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 기타 필요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설령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가 유실물로 인정된 경우라 해도 반환 보상금은 일반적인 유실물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실물법상 보상금의 기준이 되는 물건가액은 물건의 가격이 아니라 유실물을 반환받음으로써 면할 수 있었던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를 표준으로 삼아 정해야 한다. 이는 금품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렸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되찾게 될 가능성이 큰 경우 실제 유실 위험성은 작기 때문에 보상기준도 낮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액면금액 1억원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유실했다 되찾았는데 실제 손해 위험이 작다는 이유로 물건가액을 액면금액의 5%인 500만원으로 산정하고 보상금을 가액의 10%인 50만원으로 결정한 판례가 있다.

최승환 변호사는 "휴대전화는 위치추적 등으로 소재 확인이 가능하고 분실자가 대체로 즉시 분실신고를 해 제3자가 취득하려는 경우에도 신중한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보상금 기준이 되는 물건가액은 휴대전화의 실제 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봐야 한다"며 "게다가 택시 기사는 노선 운송이 아닌 구역 운송을 해 휴대전화를 반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므로 보상비율 또한 높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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