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접은 못할망정 어르신을 학대한다니
입력 : 2021. 06. 16(수) 00:00
흔히 나이를 먹는 것이 서럽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의 착잡한 마음이 담겨 있다. 나이 들면서 심신이 허약한데도 푸대접받는 처량한 신세를 내비친 것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어른 대접은 고사하고 학대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주에서 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아 씁쓸하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8년 158건, 2019년 146건, 2020년 159건 등 최근 3년간 463건이 발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발생한 노인 학대(222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노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노인 학대 유형을 보면 모욕을 주거나 폭언을 하는 정서적 학대(45.1%)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신체적 학대(36.4%)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노인 학대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노인 학대 463건 가운데 94.1%(436건)가 집안에서 일어났다. 가해자는 아들(35.2%), 배우자(23.6%), 딸(7.8%)의 순이었다. 가족들이 자신의 부모를 학대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알다시피 지금의 어르신들은 온갖 고생을 다 겪은 세대다.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이겨낸 어르신들이 학대에 시달리고 있어 안타깝다. 어르신들의 삶이 녹록지도 않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4%)이 가장 높다. 은퇴한 후에도 대다수 어르신들이 일터로 내몰리는 이유다. 안락한 노후를 누려야 할 어르신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따라서 노인 학대는 사회문제로 엄히 다뤄야 한다. 노인 학대는 집안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신고를 꺼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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