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국민주권 시대, 제주 마을의 길
작성 : 2025년 07월 22일(화) 01:30
[한라일보] 새로운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지역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국민주권 정부'에서는 지역이 화두가 된다. 지역 균형 발전과 자치분권, 중앙과 지방의 협력형 행정 체제, 주민자치회의 법제화,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 제정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모색되고 있다. 국민주권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새 정부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주도적으로 삶과 공간 및 정책을 결정하는 '생활 자치'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떤 방향으로 특별한 마을의 특별한 자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제주는 공동체의 섬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 문화는 공동체 안에서 물질 규칙을 세우고 지켜온 수백 년의 역사에 대한 인정이고, 수눌음과 조냥 정신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협업의 전통을 이어온 제주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이었다. 제주의 자연부락 또한 행정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마을이 실질적 삶의 현장으로 기능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제주는 공동체의 위기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산업화와 관광 중심 경제의 확대, 급격한 인구의 이동, 대규모 개발사업 등은 제주의 전통적 공동체 기반을 급속히 약화시킨다. 마을의 자율성이 자본의 논리에 침해되고, 주민 간 신뢰와 유대는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이제 제주의 마을공동체를 다시 삶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마을이 실질적인 자율성과 권한 하에 지역의 자원을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주민 참여 예산제도의 제주형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 마을이 스스로 예산을 계획하고, 사업을 기획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마을 자치경영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제주 마을공동체를 과거와 현재의 융합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의 전통 공동체 문화에 디지털 기술, 사회적경제, 청년 참여 등이 어우러진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마을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통합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마을공동체의 활동과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중재하고 연결하는 지역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제주형 마을공동체 활성화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의 수요를 지원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하며, 공동체 혁신의 촉진자가 돼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중간지원조직이 혁신적 공동체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제주가 국민주권 시대의 지역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제주만의 정체성이 필요하고, 마을공동체를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체화해야 한다. 마을공동체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고, 제주 마을에서 시작되는 작은 민주주의가 섬 전체를 바꾸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치분권을 선도할 수 있다.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 목록
Copyright © 2018 한라일보. All Rights Reserv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