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할 수 없는 곳을…" 제주 국가기관 유치 철회 촌극
道, 통일부에 '통일플러스센터' 응모 철회 의사 통보
제주도 제안한 부지 내 건물 사용권 법정단체에 귀속
최종 결정 앞두고 뒤늦게 문제 파악 "검토 미흡" 시인
작성 : 2025년 07월 15일(화) 17:40

제주도가 정부에 통일부 산하 국가기관인 통일플러스센터 설립 부지로 제안한 통일관 내부 모습.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제주도가 통일부 산하 국가기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돌연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가 정부에 제안한 후보지가 애초부터 기관 설립이 불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말 통일부에 '통일플러스센터' 제주권 설립 응모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통일플러스센터(이하 센터)는 남북교류·통일문화교육·북한이탈주민 지원기관 등 지역에 흩어진 통일 관련 기관을 한데 모아 통합 운영하는 통일부 산하 기관이다.

정부는 통일·대북정책 주요 기관·연구소가 서울에 집중돼 지방이 소외되자 지난 2018년부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지역에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센터 건립 비용과 프로그램 운영비 일부는 정부가 부담하고, 실제 운영은 각 지자체가 맡는다.

정부는 이처럼 통일 관련 기관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아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또 각 지자체 특성에 맞게 운영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센터를 '지역 사회의 작은 통일부'라고 부르고 있다.

센터는 권역별로 유치 희망 지자체를 모집한 뒤 정부 심의를 거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지난 2018년 인천을 시작으로 호남권, 경기권, 강원권에 차례로 센터가 들어섰다.

정부는 영남권과 제주권에도 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올해 3월 각 권역에 속한 지자체를 상대로 유치 희망서를 받았다. 제주도도 공모에 참여했다.

도는 정부 심의를 통과하면 제주시 노형동의 북한이탈주민 지원기관인 '하나센터'와 제주시 일도2동 민속자연사박물관 인근 탐라자유회관에 들어선 통일교육시설인 '통일관'을 하나로 합쳐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도는 또 통일부에 센터 설립 후보지로 현재의 통일관 부지와, 도유지 2곳 등 총 3곳을 제안했다.

통일부는 부지 적정성 심의를 거쳐 이중 가장 접근성이 우수한 통일관 부지를 센터 설립 예정지로 정했다. 부지 적정성 심의를 통과하면서 센터 유치는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통일관 부지가 애초부터 센터를 지을 수 없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제주도가 뒤늦게 확인하며 스스로 유치를 포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통일관은 법정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제주도지부가 1993년 건립해 도에 기부채납한 곳으로, 소유권은 도에 있지만 통일관이 들어선 탐라자유회관에 대한 건물 사용권은 해당 단체가가 갖고 있다.

해당 단체는 당시 기부채납 조건으로 회관 사용권을 지부가 갖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센터를 지으려면 통일관을 허물어야 하는데, 건물 사용권이 지부에 있으니 지부의 허락 없이는 센터를 설립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부는 2026년 12월까지 통일관을 운영하는 수탁단체로 지정돼 있다.

도는 유치 희망서를 낼 당시 이런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통일플러스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는 지자체는 주민 접근성 제고를 위해 인구 밀집 지역의 단독 건물 또는 단독 건물 건립이 가능한 곳을 센터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도 관계자는 "공모 초기 통일관 부지 사용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다시 공모가 진행되면 적합한 부지를 찾아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왜 통일관 터를 센터 부지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통일부는 접근성을 고려해 센터 위치로서 적정성만 심의할 뿐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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