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해녀음식에 담긴 기억으로 전해진 '제주의 맛'
진여원의 『제주 섬·집·밥』
작성 : 2025년 07월 11일(금) 03:20
[한라일보] "제주 본디 음식은 슴슴합니다. 대단스럽지 않아요. 자연의 성정대로 자란 식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것에는 바다의 맛이, 땅의 것에는 흙의 뜻이 담겼으니 갖은 양념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제주해녀요리·자연음식 연구가인 진여원씨가 제주 한식을 다룬 에세이 '제주 섬·집·밥'을 펴냈다. 이 책에는 70여개의 제주 음식 레시피와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가 실렸다.
서귀포시 성산읍 하도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해녀 집안 출신이다.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언니와 함께 열두 살부터 물질을 한 그였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언니의 권유에 대학에 진학해 일본어를 공부했다. 그러던 중 제주 해녀와 일본 식생활개선위원회의 음식교류회 인연을 계기로 해녀 음식에 담긴 기억과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다시 제주 섬집으로 돌아온다.
3대째 해녀 집안으로 제주 어머니들의 밥상을 자연스레 봐왔던 그는 옛 문헌을 찾아 공부하고 전통 방식의 음식을 배우면서 제주 음식 연구를 쌓아갔다. 2016년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되면서 해녀 후손으로서 해녀음식 연구를 소명으로 삼아 해오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제주 가정식의 특징과 그 뿌리인 양념, 젓갈, 장아찌 등의 레시피가 담겼다. 전복내장젓, 멸치젓, 자리젓, 뿔소라젓, 풋마늘대장아찌, 달래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 등 제주의 다양한 찬들을 실었다. 또 성게국, 갈치호박국, 자리물회, 고기국수, 옥돔구이, 빙떡 등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제주 구전 음식과 전갱잇국, 멸칫국, 옥돔국, 홍해삼미역냉국, 뿔소라물회, 게죽 등 바다의 정체성을 담은 해녀음식도 다룬다.
사철 재료 고유의 맛이 깃든 계절밥상도 담겼다. 봄에는 톳밥·양탯국, 여름에는 열무보리밥김치·자리돔구이, 가을에는 반지기밥·얼갈이배추김치, 겨울에는 차조고구마·콩국 등을 실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옛 문헌과 그와 주변에서 전해들은 제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에 둔다. 저자는 이같이 말한다. "저마다의 생활은 누구랄 것도 없이 빠듯했습니다만, 제주에는 밥상을 나누는 통 큰 전통이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마당에 밥상을 차려놓고 나가기가 다반사였는데, 누구든 배고프면 들어와 먹고 가라는 신호였지요. 어느 집 잔치가 있는 날은 동네 전체가 다같이 들썩들썩했던 풍경도 기억납니다. 마을 공동체 안에서 정을 쌓으며 일군 음식 문화가 제주 한식의 참모습입니다. 진짜 제주의 맛은 이런 뿌리를 가지고 이어져 왔던 거지요."
책 말미에는 '맛의 방주'에 담긴 목록 중 제주의 전통 음식과 식재료 31가지에 관한 이야기도 실었다. 출판사 포북. 2만50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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