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라는 부제로 '2025 제주애(愛) 빠지다'를 연재합니다. 제주에 정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주 1회꼴로 약 20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입니다.…○
자연 속 학교 선택한 어린 두 딸과 아내 먼저 제주행저지리에 터 잡고 곶자왈 모티브 ‘테라리엄’ 사업 구상신사업창업사관학교 참여… "K원예로 해외 진출 목표"
[한라일보] 그의 명함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 곶자왈을 초대하다." 제주살이 4년 차인 권현진(45, 고테라 대표)씨에게 제주는 자연의 다른 이름이다. 그보다 먼저 아내와 아이들이 제주로 향했던 것도 여느 지역과 다른 빛깔을 품은 자연의 영향이 컸다.
그중 곶자왈을 빼놓을 수 없다.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자리한 곶자왈은 '제주도 화산 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다. 현재 그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곶자왈을 테마로 집 한편의 창고를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고 있다.
"아이들은 노을을 보며 매번 놀란다. 맨날 보는 하늘이 뭐가 예쁘냐 하겠지만 구름의 모양, 고층 빌딩 없이 넓게 펼쳐진 풍경 등 제주 분들은 잘 모르는, 육지인들이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이 있다. 제주에 이사해 1년 정도 쉬면서 앞으로 무얼 할까 궁리했는데, 그때 가족들과 제주를 돌아보며 봤던 장면들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
대구에서 유통업을 하던 그가 제주에 정착한 해는 2022년이다. 앞서 아내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던 두 딸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 제주시 한경면에 짐을 푼 게 계기였다. 아내는 인터넷을 뒤져 마을에서 학교 살리기로 건립한 임대주택에서 제주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가 2018년이었다. 1년 단위 임대주택 계약이 끝난 후엔 마을 빈집을 '연세'로 빌렸고 지금의 보금자리가 됐다.
권 대표가 가족들과 사는 곳은 저지곶자왈 마을이다. 이전 제주 여행 때 들렀던 곶자왈 관광지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제주에 터를 잡겠다 결심하며 테라리엄과 곶자왈이 만나는 사업을 떠올렸다. 테라리엄 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가 아이디어를 빚는 데 일조했다. 테라리엄은 빛이 잘 투과되는 투명한 용기 안에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 자연에서 길어올린 권 대표의 구상은 올봄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참여하며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제주 지역 선발 인원은 20명으로 교육생에겐 소정의 사업화 자금 지원, 전문가 멘토링, IP(지식재산) 기반 실전형 창업 과정 교육 등이 제공된다.
"테라리엄과 곶자왈의 생태 환경이 흡사하다. '곶자왈을 모티브로 한 K원예 사업'을 슬로건으로 정해 해외 진출까지 생각하고 있다. 1년 차에는 조명과 테라리엄을 일체화한 제품 판매에 집중해 보겠다. 앞으로 곶자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육지 업체와 연결해 민간 자격증 개설도 계획 중이다."
그는 유리 상자 안에 나만의 정원을 가꾸고 감상하는 여유를 누리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곶자왈의 생태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과 협업하며 곶자왈 보전 후원 업체로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는 권 대표는 장차 제주에 살려는 이들을 위해 이런 말을 전했다.
"제주에 계속 살려면 3년이 고비라는데 우리 가족은 다행히 그 시간을 넘겼다. 제주에 올 때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부터 고민했으면 한다. 지자체에서도 정보 안내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주 초반에는 자그만 지원 소식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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