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항암치료의 발달사
작성 : 2025년 07월 09일(수) 03:30
[한라일보] 1943년 2차대전 말, 독가스 유출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골수가 녹아내리는 현상을 보고 미국의 약리학자 굿맨과 길맨이 림프암 치료에 이를 적용해 개발한 것이 알킬화 항암제들이다. 조금 지나서 미국의 화버 선생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엽산의 활성화 과정을 차단하는 항대사물질인 아미노프테린으로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처음 치료했다. 아미노프테린에서 발전된 메토트렉세이트, 치오퓨린, DNA 성분인 우라실의 화학변형체인 5-fluorouracil(5-FU)이 연속으로 개발돼 여러 암 질환들에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계 미국인 이민추 선생이 온몸에 퍼진 융모상피암 환자도 메토트렉세이트로 완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현실화시킨 다음 항암제로 암을 고치려는 시도들이 진행됐다. 이탈리아 보나도나 선생은 1970년에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메토트렉세이트, 5-FU, 알킬화 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투여하는 복합항암치료로 재발 억제와 장기생존이 가능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냈다. 이는 유방암이 아니라도 다양한 고형암들에서 시행되는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의 기초가 됐다.

이어서 메토트렉세이트를 1960년 초에 새로 개발된 아드리아마이신으로 대체한 유방암의 복합항암치료가 기존 항암치료보다 수술 후 재발 방지는 물론 전이암의 증세 완화와 생존 기간의 연장에 훨씬 우수한 성과를 가져왔다. 보나도나 선생은 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의 90% 이상이 완치되는 항암치료의 개발에도 기여했다.

1980년에는 백금화합물인 시스플라틴, 1990년에는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파클리탁셀과 합성체인 도시탁셀이 개발돼 유방암, 난소암, 폐암 등의 보조 항암치료와 선행 항암치료, 전이암의 완화치료에 사용되면서 전보다 월등히 향상된 치료를 얻게 됐다. 또한 기존 항암제들의 변형물들과 새로운 항암제들이 개발돼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암세포의 특정 항원성 물질들과 결합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항체형 항암주사제들이 개발됐다. HER2항원을 갖고 있는 유방암의 트라스트주맙과 CD20항원을 갖고 있는 림프종의 리툭시맙이 대표적이며, 항암화학제들과 함께 투여해서 매우 우수한 치료 성적을 얻고 있다. 이시기에 합성된 아주 작은 분자구조인 이마티닙은 만성골수성백혈병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인 효소의 기능을 차단해서 백혈병 세포가 죽게 만들며 급성기로의 전환을 억제하므로 표적 치료제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이마티닙 덕분에 타인의 조혈모세포들을 이식하는 대신 매일 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혁신이 일어났다.

이후 난치성 암 질환들에서 기적적인 치료 성과를 보이는 표적치료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1975년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에 설립된 융모성질환연구소의 선구자적 항암치료가 후배 혈액종양의사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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