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나비 박사'이자 '제주학 선구자'인 석주명 선생(1908∼1950)의 일생을 되돌아본다. 국립제주박물관이 마련한 석주명 특별전 '제주에 나빌레라'에서다.
지난 4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 기념해 마련된 특별전시다. 전날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이재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석주명은 나비 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물학자일 뿐만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른 '융복합 학자'였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통섭하게 된 계기는 제주와의 인연에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석주명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석주명의 나비와 제주학 주요 저서, 조선시대 서화가 남계우의 나비 그림, 한국 나비 공예품을 비롯한 96건 106점을 선보인다. 특히 나비 연구부터 제주학 연구까지 석주명의 학문 세계를 한 자리에서 들여볼 수 있다.
석주명은 1943년 4월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소장으로 부임해 2년1개월간 제주에 머물렀다. 제주어 어휘 7000여개를 수집·정리하고 16개 마을의 인구를 조사하는 등 제주의 인문사회를 연구했다.
석주명은 그의 제주 연구 성과를 '제주도 총서'로 발간할 계획을 세우고 생전에 '제주도 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 '제주도 문헌집(1949)' 3권을 발간한데 이어 '제주도 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 자료집(1971)'의 원고를 집필했다. '제주도 방언집'은 '제주어'라는 용어로 제주 방언을 주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서적이었고, '제주도의 생명조사서'는 4·3 이전 제주 전통 사회의 인구 구성을 규명한 서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번 전시에는 석주명의 제주학 저서인 6권의 '제주도총서' 도서와 '제주도 방언집', '제주도의 생명조사서', '제주도 수필'의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다. 또 한국의 나비를 255종으로 정리하고 212개의 동종이명을 제거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1939)'을 비롯한 석주명 나비 연구 성과를 도서와 전자책으로 선보인다. 석주명이 채집 여행에서 사용한 배낭도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어 두 대가의 만남도 그려진다. 석주명은 조선시대 서화가 남계우(1811~1890)의 그림 속에서 37종의 나비 종류를 판별했다. 석주명은 '남나비전' 등의 글을 발표해 남계우의 나비 그림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적 생태도(生態圖)라고 극찬했었다. 전시에서는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남계우의 나비 그림 걸작을 선보인다.
아울러 금으로 만든 '나비 장식 귀이개'를 비롯해 고려부터 조선시대의 나비 관련 공예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석주명의 동생인 석주선이 재현한 창덕궁 활옷도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석주명의 이상에 따라 전시 설명문을 우리말과 에스페란토로 제시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이어진다.
특별전과 연계한 특강도 마련된다. 전시기간 금요일 네 차례에 걸쳐 오후 2시 박물관 강당에서 각각 진행된다. 특강은 7월 11일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명예교수), 8월 11일 석주명과 정인보의 남다른 그림 읽기(이재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9월 5일 나비박사 석주명의 한국산 나비 연구(문만용 전북대 교수), 9월 12일 석주명의 에스페란토 보급 운동(홍성조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비상임이사) 순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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