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 숨골 같은 역할로 국가폭력 트라우마 회복 기대"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1주년 심포지엄 기조 강연
정영은 제주대 의대 교수, 4·3치유 경험 바탕 방향 제시
피해자·치유센터·치유자 등 세 주체의 연결 중요성 강조
작성 : 2025년 07월 03일(목) 17:48

3일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심포지엄 발표자와 토론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슬픔에 대한 애도를 끝내지 않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기억한다는 것은 희망의 통로가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것이 국가폭력 트라우마 회복의 방향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개관 1주년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정영은 제주대 의대 교수는 제주4·3을 다룬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쓴 한강 작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불러낸 뒤 이렇게 말했다. 3일 라마다제주시티홀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치유 방향'에 대해 강연한 정 교수는 지난해 7월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가 출범하기 전 4·3트라우마센터장을 지낸 이다. 그런 이력을 토대로 '제주4·3 치유 경험이 주는 교훈'이란 부제 아래 피해자, 치유센터, 치유자 세 주체의 연결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날 국가폭력 트라우마에 대해 "피해가 중첩되어 있고 양상이 복합적이다.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고 개개인의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유적인 입장에서는 어떤 증상보다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집단으로 트라우마를 겪었을 때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가 있다"며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울 것이고 철저하게 예방하도록 힘쓰겠다는 내용의 안전감 촉진하기를 시작으로 안정감 촉진하기, 연결감 촉진하기, 나와 우리의 효능감 촉진하기, 희망 촉진하기를 차례로 들었다. 이들 요소가 작동하는 과정에선 트라우마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 등이 필요하고 회복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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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3 치유 경험이 주는 교훈 중 하나로 국가폭력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각기 다른 주체의 연결을 짚었다. 가장 핵심적인 주체로는 개인의 고통을 용기 있게 드러내 승화시킨 피해 당사자들을 꼽았다. 치유센터 등 그들을 보호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한 제도와 기관들은 또 다른 주체다. 그다음에 피해자들을 돕는 치유센터 직원들이 있다.

정 교수는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선 세 주체가 연결돼 회복을 이끌어야 하고 각각 독립적이면서 협력적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제주 곶자왈의 숨골에 비유했다. 그는 "숨골에서 나오는 바람이 생명력을 전달하고 나무와 돌을 서로 보듬게 한다"며 "피해자, 지원 기관, 직원들이 서로 연결돼 사회적 공감과 사회적 공유의 바람을 뿜어내어 트라우마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고통을 치유하고 사회적 성찰과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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