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골든타임 사수”… 응급차량 배려, 생명을 살린다
심정지 소생자 양유덕씨 “가족 떠올리며 배려해주길”
지난해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이송 8000여건 달해
작성 : 2025년 07월 03일(목) 15:40

3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에서 만난 양유덕(33)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야구경기 도중 심정지를 겪었으나 빠른 응급처치 등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라일보]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납니다. 저를 살리기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3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에서 만난 양유덕(33)씨는 지난해 일어난 기적같은 일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3시쯤 야구경기 도중 심정지를 겪고 가까스로 살아났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던 양씨는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사회인야구 동호회를 할 정도로 다양한 신체활동을 즐기던 그였다. 하지만 그날은 새벽부터 가슴 통증과 열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급기야 양씨는 야구경기 도중 하늘이 노래지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양씨는 함께 경기를 하던 간호사 이모씨(41)의 심폐소생술(CPR) 덕에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갈비뼈가 모두 부러졌고,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있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때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한림119센터에서 현장까지 10여 분만에 도착했다. 이어 한림읍 금악리에서 33km나 떨어진 제주대학교병원까지 29분만에 도착해 양씨를 이송할 수 있었다. 일반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보다 약 15분가량 빠른 속도였다.

양씨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늑골이 모두 부러져서 아픈 상태인데 구급차가 정말 빨리 달려서 통증으로 고통스러웠다. 오히려 천천히 달려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라며 웃으며 회상했다.

이처럼 빠른 이동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의 덕이 크다.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긴급차량(응급차량)이 접근하면 교차로의 전방 5개 신호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긴급차량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다만 긴급차량 접근 시 바로 신호가 바뀌는 시스템은 아니다. 기존 신호체계를 무너뜨리면 교통에 혼선을 줘 오히려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각 신호등의 시간을 연장(초록불)·단축(빨간불)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은 지난 2022년 제주에 처음 시범 도입됐고, 지난해 도내 1119개 신호기로 전면 확대됐다. 더불어 유관기관들이 소방과 협업해 긴급차량의 원할한 이송을 돕고 있다. 자치경찰단은 긴급차량 인근 경호를 맡고, 도내 방송사들은 긴급차량 이동 사실을 라디오를 통해 알리는 등이다.

양씨는 “갑작스럽게 심정지를 겪어보니 도로 위 응급차량이 더 이상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응급차량이 도로에서 보인다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양보하고 배려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양주환 제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 소방장은 “응급 환자를 이송할 때는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급박하고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라며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도입 이후 조금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어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이 본격 도입된 지난해 시스템을 통해 환자가 이송된 건수는 8047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22건 꼴이다. 긴급차량의 1km 이동시간은 전년 대비 14.35초(16.52%)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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