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옛 서귀포관광극장 철거되나
이중섭미술관 신축부지 인근으로 안전진단 결과 붕괴 위험
"추억 깃든 원도심 상징 공간으로 살렸으면" 등 의견 다양
시는 "안전상 철거 불가피…주민과 협의해 활용방안 모색"
작성 : 2025년 06월 16일(월) 20:31

1963년 서귀포시 지역 1호 극장으로 문을 열고, 2010년대 이후에는 '지붕없는 공연장'으로 이중섭거리의 명소로 자리잡은 옛 서귀포관광극장이 정밀안전진단에서 붕괴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문미숙기자

[한라일보] 서귀포시 원도심인 정방동에서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옛 서귀포관광극장이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귀포시가 공립미술관인 이중섭미술관 시설 확충을 위해 지난달 신축공사에 들어가 기존 미술관을 허물고 터파기 공사를 앞두고 있는데, 바로 인접한 관광극장의 벽면 안전진단에서 붕괴 위험이 높게 나타나면서다.

하지만 서귀포 지역의 1호 극장이자 이중섭거리의 상징적인 문화예술공간인 관광극장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원형 유지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민·문화술인들과 협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5월 이중섭미술관 신축공사를 시작해 조만간 터파기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미술관보다 약 10배 정도 더 커진 신축 미술관은 총사업비 368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5982㎡ 규모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귀포관광극장은 바로 이중섭미술관 바로 인접지다. 서귀포시가 미술관 신축을 추진하던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사유지인 관광극장을 매입 존치하는 게 적정 판정 조건의 하나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관광극장을 미술관 신축과 연계하기 위해 2023년 공공용지로 매입했다. 매입비 27억5800만원도 미술관 확충 사업비에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미술관 신축 터파기 공사에 들어갈 경우 벽면이 바로 붕괴될 만큼 구조역학적으로 위험한 상태로 진단됐다는 게 서귀포시의 설명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관광극장 운영을 중단하고 8월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데, 우선 디귿자(ㄷ) 형태의 관광극장 벽면부터 안전진단을 했다. 그 결과 관광극장은 돌로 벽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올린 구조인데, 바닥 기초공사가 거의 없이 20㎝ 두께의 시멘트 위에 건물을 쌓아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관광극장 벽면 곳곳에 금간 곳들이 있는데, 정밀안전진단 결과 바로 인접한 미술관 터파기 공사를 할 경우 벽면이 붕괴될 상황으로 진단되면서 안전상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역주민,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면서 앞으로 공간 활용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철거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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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식 정방동주민자치위원장은 "60년대 건축물인 관광극장은 지역주민들에겐 여러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며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전제로 최대한 관광극장의 원형 보전 방법을 찾고, 만약 철거가 불가피하다면 원형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관광극장은 1963년 개관한 서귀포 최초의 극장이다. 연면적 825.39㎡의 관광극장에선 영화 상영은 물론 학예발표회, 대중가수 공연 등이 열렸다. 시설 노후화와 화재로 1999년 문을 닫았다 2015년 서귀포시가 시설을 보완해 지붕이 없는 지금의 노천극장 형태로 재개관했는데, 오히려 '지붕없는 공연장'으로 명소가 됐다. 미술관 신축공사 시작 전인 지난 4월까지도 주말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예술공연을 무료로 선보여 왔고, 공연이 없을 때도 개방하며 관광객들도 많이 찾던 이중섭거리의 상징적인 문화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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