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엉터리 분양' 49년 방치.. 제주 지적행정 '엉망'
공공분양받은 묘지, 지적선·현황 불일치…민원 5년째 '감감'
제주시 "소유자 신청 없으면 정정 불가"… 피해에 '책임 회피'
작성 : 2025년 06월 14일(토) 12:48
▷노란선은 현재 지적도상 경계선. 빨간색은 실제 측량에서 확인된 지적 경계선.
[한라일보] 1975년 제주도가 조성한 공설묘지 부지에서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경계가 불일치하는 오류가 발생했으나, 행정이 수십 년간 이를 바로잡지 않아 시민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묘지 이전 위협과 도로 통행 제한 우려까지 불거지며 행정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시 연동 2488번지 일대는 1975년 8월 20일, 제주도가 주도한 공설묘지 조성 계획에 따라 토지가 분할돼 연차적으로 일반 시민에게 분양됐다. 당시 분할은 공식 지적도를 기준으로 이뤄졌으나, 이후 현장 실측 과정에서 지적선과 실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부지를 1987년에 매입한 A씨는 2020년 묘지 조성을 위한 토지 분할 과정에서 경계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장 측량 결과, 동쪽 경계는 곶자왈 지역까지 약 20m, 북쪽으로는 10m가량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곶자왈은 경사가 심해 묘지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에 당시 행정은 지적 불부합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겠다고 답했으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우리 땅 인근 토지를 누군가 매입한 뒤 ‘경계 침범’을 이유로 묘 철거를 요구하면 수십 기 묘지를 이장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40필지의 수십 기 묘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도로 아래에서 위쪽까지 약 260m 구간에도 일부 민간 소유 토지가 포함돼 있는데, 토지 소유자가 도로 통행을 막으면 주민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 특히 행정이 도로를 포장해 놓고도 공부상 도로로 등록돼 있지 않다”며 “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측은 “해당 사안은 직권으로 정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토지 소유자의 신청이나 인접 소유자의 동의서, 법원의 획정 판결서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2022년 2월 14일, 해당 토지가 등록사항 정정 대상임을 소유자들에게 통보하고 정정 신청을 독려했지만, 신청률이 저조하고 일부 소유자의 반대로 인해 정정이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당초 행정이 정확히 측량하고 분할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의 책임은 행정에 있음에도 이제 와서 개인 간 분쟁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오류가 A씨 사례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당 공설묘지 부지 대부분이 동일한 방식으로 조성된 만큼, 유사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행정의 무대응이 오히려 2차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도내 한 토지행정 전문가는 “행정이 조성한 공공묘지 부지에서 발생한 지적 오류는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공공 책임 사안”이라며 “현행 법령상 행정 착오로 인한 경계 오류가 입증될 경우, 직권 정정이 가능한 사례로도 판단될 수 있음에도 제주시가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행정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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