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월요논단] 감귤 엽면시비는 득일까? 실일까?
작성 : 2025년 06월 09일(월) 05:00
[한라일보] 식물은 뿌리로 밥을 먹을까? 잎으로 밥을 먹을까? 감귤나무는 어디로 밥을 먹을까?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답이 있다. 시험문제로도 자주 출제된다. 문제를 보면 (문제 1) "뿌리가 흡수한 양분과 수분이 이동하는 통로는?" 답은 '물관'이다. (문제 2) "잎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이 이동하는 통로는?" 답은 '체관'이다.
농업인에 맞게 설명하면, 뿌리가 흡수한 수분과 양분은 물관을 통해 잎으로 이동해 잎을 키운다. 잎이 광합성 활동으로 만든 탄수화물은 체관을 통해서 뿌리로 이동해 뿌리를 키운다.
물관을 통해 잎으로 이동하는 양분과 체관을 통해 뿌리로 이동하는 탄수화물은 1:1의 양으로 교환하며 서로를 성장시킨다. 뿌리가 잎을 키우고 잎은 뿌리를 키우는 것이다.
식물이 뿌리로 양분을 먹는 것은 사람이 입으로 밥을 먹는 것과 같다. 사람은 300만년 전부터 입으로 밥을 먹었고, 식물은 4억년 전부터 뿌리로 밥을 먹었다.
식물이 잎으로 밥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짧다. 100여 년 전에 요소비료가 개발되고 엽면시비를 하면서 잎은 질소 맛을 처음 봤다.
엽면시비는 링거 주사와 같다. 링거 주사는 19세기 말에 영국의 의사 시드니 링거가 생리적 염류용액으로 처음 시작했다. 식물은 20세기 초에 요소비료가 개발되면서 엽면시비를 하기 시작했다.
밥은 조금 더 먹거나 덜 먹어도 큰 탈이 없다. 그러나 주사는 농도를 잘 맞추지 않으면 쇼크사에 이르게 된다. 식물도 토양시비는 조금 많거나 적게 줘도 큰 탈이 없다. 그러나 엽면시비는 농도가 높으면 약해가 나타나기 쉽다.
주사는 효과가 빠르다. 엽면시비도 효과가 빠르다. 주사는 농도를 잘 지켜야 한다. 엽면시비도 농도를 잘 지켜야 한다. 주사액에 이것저것 혼합하면 큰일 난다. 엽면시비도 이것저것 혼합하면 약해 등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칼슘제, 미량요소 등 흡수, 이동이 느린 양분은 엽면시비 효과가 좋다. 그러나 토양으로 줘도 흡수가 잘되는 질소, 인산, 가리, 고토, 황 등 양분은 엽면시비를 자주 하면 물관, 체관의 교환 균형이 무너진다.
즉 엽면시비로 질소 등을 공급받으면 잎은 뿌리로 보내는 탄수화물 공급량을 줄여서 뿌리가 약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수확 후 요소 엽면시비를 하면 해거리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수확 후에 요소 엽면시비를 하면 잎은 질소를 금방 흡수해서 건강해진다. 반면에 잎은 뿌리로부터 질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뿌리로 공급하는 탄수화물의 양을 줄인다. 결국 잎은 건강해 보이지만 뿌리가 점점 약해져서 다음 해 해거리로 연결된다.
소화를 못 시키고 몸이 허약하면 링거주사를 권장한다. 그러나 밥보다 링거 주사에 의존하면 환자가 된다.
감귤나무도 급할 때는 엽면시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엽면시비에만 의존하면 감귤나무의 뿌리는 계속 허약해지고 품질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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