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대선 직후인 지난 4일, 전국의 신문과 방송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함께 새롭게 대통령에 취임한 이재명 당선인의 취임 선서를 전하느라 분주한 하루였다. 필자도 대한민국 제21대 대선 결과를 보여주는 지역별 색상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지도를 보면 지역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오직 하나의 선택만이 옳은 것처럼 절대적으로 구분된 듯 보였다. 그러한 표현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지도는 분명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진실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 지역이 어떤 후보를 '조금 더' 선택했다는 이유로 그 지역 전체가 한 가지 색으로 덮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었다.
그래서 챗GPT에게 부탁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비율로 조합해서 지도를 다시 그려줄 수 있나요?" 잠시 후에 새로운 득표결과 지도를 내게 보여 주었다. 1순위, 2순위 비율을 혼합한 새로운 색상을 지역별로 나타낸 지도였다. 이 지도는 전혀 다른 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새로운 지도는 마치 하나의 색깔로 정의된 지역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마음들이 어우러진 풍경 같았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비율대로 섞여 있었고, 어떤 지역은 보라색에 가깝기도, 또 어떤 지역은 남색이나 진홍빛처럼 보였다.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겹쳐 있는, 공존의 흔적들이었다.
그 순간, 나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지금까지의 정치는 이기고 지는 싸움, 승패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우리는 모두 어느 한 후보만의 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판단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통합은 그런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품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 지도가 말하고 있었다.
그 지도 속에 담긴 색은 단순한 정치 결과 이상의 것이었다. 한 색이 다른 색을 덮는 것이 아니라, 서로 스며들어 새로운 색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통합의 길이 아닐까. 정치도, 사회도, 심지어 가족과 이웃 사이의 관계도 모두 이 원리를 따라야 한다. 이겨서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다음 대선부터는 지역별 당선자 지도를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비율 기반의 혼합색 지도도 함께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도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정치도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새로 그린 지도가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색들이 만나 어우러진 그 풍경은 단순한 선거의 결과가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통합은 거창한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마주한 다름을 조금 더 이해하고자 하는 그 마음, 그 따뜻한 시선 하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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