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생물주권 확보할까… 유전자 지도 마련
구상나무 나고야의정서 체결 전 해외 반출 생물주권 행사 못해
제주도, 유전자 지도 작성 통해 권리행사 근거 마련·보전 기대
작성 : 2025년 06월 05일(목) 11:01

한라산 구상나무.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제주도가 기후변화로 쇠퇴하고 있는 한국 고유종 제주 구상나무의 보전과 생물주권 확보를 위해 유전자 지도를 만든다.

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그동안 구상나무 종(種)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는 진행돼 왔지만, 유전분야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

한국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인 구상나무 종자는 1904년 국외로 반출돼 크리스마스 트리로 개량된 후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구상나무 종자 나고야 의정서(생물 다양성 협약 부속 유전자원 이익의 공정한 공유) 체결 이전에 반출돼 현재 생물주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이런 상황에서 구상나무 생물 주권을 확보하고 유전자 연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구상나무 참조유전체를 만들 계획이다. 참조유전체는 특정 생물종의 완전한 유전자 지도를 뜻한다.

유전자 지도는 해당 종(種)의 대표적인 개체에서 추출한 DNA 전체 서열을 고품질로 분석해 만들어진다. 이런 지도는 그 종의 유전자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고 각 종마다 하나씩만 존재하기 때문에 제주도는 이를 기준으로 다른 구상나무 개체들의 유전 정보를 비교해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육종 등 임목육종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제주도는 유전자 지도 작성 과정에서 환경 적응성이 뛰어난 개체의 유전자가 발견되면 기후변화에 강한 구상나무를 복원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어 구상나무 보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100년 전 한라산 구상나무를 식물학자 어니스트 핸리 월슨이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직접 구상나무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해 생물주권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구상나무의 생태적·유전적 학술자료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한라산에서 구상나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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