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순의 특별기고] 제주4·3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속과제 제언
작성 : 2025년 06월 02일(월) 03:00
[한라일보] 제주4·3 기록물은 '역사의 진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냉전체제에서 벌어진 제주도변방의 비극적 사건이 이제 인류 모두가 역사교훈으로 삼아야 할 세계적 역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면 앞으로 제주도에서는 어떤 후속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과제는 제주4·3 기록물의 종합적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기록유산 보존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국가차원의 권역별 기록유산 보존시설이 없다. 그 결과, 제주지검 군사법원 수형인명부, 제주4·3 진상규명위원회 기록물 등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들이 국가기록원의 보존시설인 정부대전청사 지하서고, 성남 나라기록관 등에 보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제주4·3 평화기념관에는 사본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세계 모든 나라는 수도권과 권역별로 3대 문화창조기관으로서 박물관, 도서관, 기록관을 설립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1957년 제주도서관 설립이래 서귀포 등 기초단체까지 도서관을 설치했다. 또 2001년에는 국립제주박물관을 개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주도권역 국가차원의 보존시설은 아직까지 없다. 또 1999년 공공기록물법 제정을 계기로 제주도청 등 광역시·도는 지자체 기록물의 영구보존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으나 이마저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과제는 제주4·3 기록물을 세계각국에서 학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칭 '제주4·3 디지털 컬렉션'을 구축하는 일이다. 영어, 불어 등 국제 공용어로 해설해 온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문서,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유형의 기록물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가장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서비스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에서는 2015년에 제주권역에 국가사고 설치에 관한 연구용역을 추진한 바 있다. 이때 조선왕조 사고 중 강화도사고의 맥을 현대 제주권역에서 계승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제주4·3 기록물 원본뿐만 아니라 제주권역 기록유산, 나아가 전쟁 등 비상시를 대비해 행정부 외 국회, 법원, 선관위, 헌재 등 헌법기관 기록유산까지 전체사본 1부를 제작해 보존 및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가기록원은 현재 수도권(성남 나라기록관), 영남권(부산기록관), 충청권(대전기록관)에만 보존시설을 설치해 열람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호남권, 제주권 등에 추가 시설을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속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록물법을 제정했고, 또 제주 4·3 당시의 제주지검 수형인명부를 처음 발굴했던 사람으로서 관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속과제 대책기구부터 제주도지사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