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조사 당시 풍성했던 해중림 지역 갯녹음 확산우뭇가사리 3년 전 1500여 개서 작년 300여개로 감소올 겨울 낮은 수온, 미역 대량 번식… 지속 여부 주목얕은 바다 설치한 ‘해조생육블록’에 각종 해조류 부착
[한라일보] 제주 바다는 지금,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40년 동안 제주 연안의 표층 수온은 약 1.03℃ 상승했다. 바다 수온이 1℃만 올라도 해양 생태계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제주 남부 해역에 국한됐던 연산호가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해조류 분포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렇다면 2025년 5월, 현재 제주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본보 해양탐사특별취재팀은 지난 2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 마을어장 조사팀과 함께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마을어장을 찾았다.
평대리는 하천이 없어 육상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비료 성분, 생활하수, 축산 폐수 등이 거의 없는 마을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에 이상적인 마을어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송당지구 상습 침수지역 배수 개선 사업 이후 바다까지 이어지는 대형 배수로가 설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이 배수로 따라 각종 쓰레기와 오염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지난 2012년 조사 당시 이곳에는 감태 등 다양한 해조류가 분포한 해중림이 곳곳에 있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바닷속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취재팀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뒤, 평대리 해안도로변 명진수산 앞 조간대를 통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날 측정된 수온은 15.8℃. 두꺼운 다이빙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바닷물의 차가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수심 5~12m 해역은 모래와 암반이 뒤섞인 구조로, 암반에는 미역을 비롯해 ▷둘레혹산호말 ▷붉은뼈까막살 ▷괭생이모자반 ▷큰열매모자반 ▷참가죽그물바탕말 ▷가시뼈대그물말 ▷갈래잎 ▷가는개도박이 등이 자라고 있었다.
낮은 수심대 암반에는 흰색의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갯녹음' 현상이 진행 중이었고, 모래 바닥에서는 해삼이 드문드문 목격됐다.
취재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암반 곳곳에 붙어 있는 미역이었다. 미역은 10~18℃의 수온에서 잘 자라는 1년생 갈조류로, 수온이 2℃만 상승해도 생존 기간이 최대 30% 가까이 단축된다.
제주 연안의 수온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미역이 이렇게 많이 번식한 것은 이외의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에 동행한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양병규 연구사는 "미역은 포자로 번식하는데 따뜻한 겨울에는 포자가 발아하지 않지만, 겨울이 길고 수온이 낮으면 발아가 촉진된다. 올해 겨울, 제주 해역의 수온은 예년보다 약 1.5℃ 낮았고, 그 덕분에 이 지역뿐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미역 생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미역이 증가하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는 앞으로 몇 년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이어 평대포구 앞 마을 어장으로 이동해 추가 탐사를 이어갔다.
이곳은 2021년 11월 갯녹음이 심한 수심 5m 내외 지역에 정육각형 해조생육 블록(가로 40㎝×세로 35㎝)을 투하해 해조류 회복을 유도한 곳이다. 일반적인 인공어초는 수심 10m 이상 바닷속에 설치되지만, 이 블록은 해녀들의 물질 공간인 얕은 바다에 설치됐다. 암반과 해조생육 블록에는 ▷갈래잎 ▷우뭇가사리 ▷참갈파래 ▷미역 ▷댓잎도박 ▷참가죽그물바탕말 ▷가락진두발 ▷여린두가닥바닷말 등이 붙어 있었다.
특히 조류에 따라 흔들거리는 우뭇가사리는 바람에 일렁이는 5월의 보리밭을 연상하게 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과는 달리, 우뭇가사리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천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12~20℃ 수온에서 잘 자라지만, 수온이 25℃를 넘으면 생장이 급격히 저하되며 장기 고수온 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해조류다.
문제는 제주 연안의 여름철 표층 수온이 점차 이 임계치(25℃)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갯녹음 확산으로 인해 해조류가 자생할 수 있는 암반 기반 자체가 사라지면서, 우뭇가사리가 붙어 생장할 수 있는 공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영철 평대리 어촌계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뭇가사리를 한 해에 약 1500여 개(한 마대당 30㎏(건조))를 채취했지만, 지난해에는 300여 개에 그쳤고, 올해는 이보다도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우뭇가사리 가격이 1㎏당 1만원까지 형성되며,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이 되기도 했다.
김 계장은 우뭇가사리 수확량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육상 오염원의 바다 유입을 지목했다.
"예전에는 육상에 내린 빗물이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지면이 포장되면서 숨골 기능이 사라졌다. 대신 빗물과 함께 각종 오염물질이 배수로를 통해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육상에 조성된 저류지도 바다와 연결돼 있어, 시커먼 흙탕물과 쓰레기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간다"며 이로 인해 "바다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육상 오염원 바다 유입은 해조류의 생존 조건을 바꾸고, 생태계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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