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오월, 지난날 약속을 생각하며
작성 : 2025년 05월 14일(수) 01:30
[한라일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류를 가리키는 학명(學名)이며, '지혜롭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21세기 세계, 우리나라 그리고 제주의 모든 사람은 이 학명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혜롭다는 말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은 경험을 축적해서 통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경우 합리적 방향을 서로 모색하며 고양된 세계를 궁구할 수도 있다. 이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뜻이기도 하지만, 결국 생존의 방향이다.
회원 수가 꽤 되는 학회나 작은 소모임에서 회의가 있어 참석하게 되는 경우 종종 그 내용이며 진행이 불편할 때가 있다. 명료한 토론과 다양한 토의를 통해 안건의 적부(的否)를 타진해 나가기보다는 이미 결정된 내용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심중에 다른 견해가 있음에도 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다 회의가 끝나고 가까운 자리에 앉은 이에게 그 불합리를 토로하기도 한다. 방송과 신문 매체를 통해 보고 듣게 되는 국회 상임위 회의 및 본회의 모습에서도 불편한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선거철이 될 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을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실제로 실행과 이행이 됐을 때 현실의 문제는 혁명적으로 극복될 것처럼 그럴싸하다. 그런데 낙선자의 정책과 공약이 당선자에 의해 선택되고 이행된다는 말은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른 이의 소중한 사고의 집적물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대가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소중한 정책과 공약을 국민을 위해 기꺼이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라면 그런 정책과 공약에는 그 후보만이 취할 수 있는 이권이 개입됐기 때문일까.
12일부터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늘 그랬던 것처럼 '4·3', '신공항' 그리고 제주의 '환경과 지하수' 문제에 대해 너도나도 수군거리게 되고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또 공약으로 그 해결 방안을 내세우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제 해결의 길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우선은 우리 스스로에게 이미 있다. 제주 사회가, 제주도민이 스스로 그 길을 찾을 수 있음에도 외부에 의존하겠다고 하면 자존적 능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제주 사회의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신실한 합의 과정 없이는 국회도 대통령도 어찌할 수가 없다.
오월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력 때문일까. 제주의 바다와 오름에서, 그리고 들과 숲에서 만물이 왕성한 삶을 누리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예로부터 자연 친화란 자연으로부터 삶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살아오면서 타인과 수많은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순결한 약속이라 믿으며 살았어도 배신으로 마음 이지러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오월에 지난날들의 약속을 생각하며 삶의 방향을 또렷하게 밝혀보고 싶다. 하여 이 몸짓이 삶의 길을 찾아간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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