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 정류장 아니에요?" 제주 섬식정류장 첫날 우왕좌왕
9일 제주시 서광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정식 개통
정류장 이원화에 시민 혼란... 교통약자 불편 가중
"직진? 좌회전?" 헷갈리는 차선에 운전자들 아찔
작성 : 2025년 05월 09일(금) 10:47

9일 국내 최초 \'섬식 정류장\'이 제주시 서광로 3.1㎞구간에서 정식 개통했다. 김채현 기자

[한라일보] "이 정류장 이제 운영 안해요? 삼양 가려면 어디에서 버스 타야 하나요?"

9일 오전 6시.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으로 추진된 국내 최초 '섬식 정류장'이 제주시 서광로 3.1㎞구간에서 문을 열었다. 개통 첫날, 출근시간대 해당 현장을 확인해본 결과, 양문형 버스는 전용 중앙차로를 이용해 비교적 원활하게 이동했지만, 일반 차량과 버스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시행착오와 혼선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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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주시버스터미널 인근 교차로에서는 바닥에 표기된 직진 차선을 따라 쭉 주행하고 왔음에도 갑자기 좌회전 차선으로 유도되면서 운전자가 차선을 가로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중앙차로 도입으로 일반 차량 통행 차로가 기존보다 줄어든데다, 차로 폭도 좁아지면서 대형 트럭이나 버스가 지나갈 때면 간격이 턱없이 좁은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차선에 놀란 운전자들이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아찔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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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부 구간에서는 좌회전과 유턴 신호를 헷갈린 일반 차량 운전자들이 직진하는 버스들과 얽히면서 주변 일대에서는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버스 이용객들의 혼란도 만만치 않았다. 기존 하나의 정류장에서 100번대, 3·400번대 버스를 골라 탈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중앙차로가 도입되면서 섬식정류장에는 3·400번대 양문형 버스만 정차하고, 나머지 버스는 여전히 가로변 정류장을 이용해야 했다. 제주시시외버스터미널 가로변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많은 관광객들과 도민들이 이용했던 기존 정류장 대신 신제주 방면으로 약 100m 떨어진 버스정류장을 이용해야 하면서 이에 따른 혼란도 있었다. 원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2~3분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했고, 특히 이 불편은 노약자나 장애인 교통약자에게 가중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안내 요원이 배치돼 도민과 관광객들의 버스 이용을 돕고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기존 정류장이 철거되지 않고 눈앞에 남아 있다보니 외국인 승객들은 섬식정류장이 아닌 기존 버스정류장에서 계속 기다리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해당 정류장에도 안내요원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외국인은 다른 승객의 도움으로 겨우 양문형 버스를 탑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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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양문형 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양문형 버스는 기존 버스에 비해 좌석 수가 줄어들어 대부분의 승객이 서서 이동해야하면서, 교통약자에게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도민 A씨는 "대부분 버스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가 많이 이용하는데 좌석이 줄어들면서 이분들이 서서 가는 경우가 있어 혹시나 넘어질까봐 걱정된다"면서 "양문형 버스를 도입한 도청 직원들이 버스는 타본 건지, 교통약자들에 대한 불편사항은 고려한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70대 정금자 씨는 "나이가 들면서 운전이 힘들어 요즘은 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제야 버스 이용이 익숙해지나 싶었는데 다시 배우게 생겼다. 어떤 버스는 섬식정류장에서 타야하고 어떤 버스는 가로변 정류장에서 타야한다고 하던데, 언제 익숙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B씨는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는데 버스체계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면서 "물어보려고 해도 의사소통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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