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어린이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림책
재미·감동 갖춘 5권의 책
작성 : 2025년 05월 02일(금) 02:00
린드그렌의 고전동화부터곤충 다룬 생태 컬러링북지친 아이들에 위로·격려유기견과의 경험 녹여내차이 넘는 작은 관심까지

[한라일보] 어린이날을 앞두고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그림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나온 책들 중 몇 권을 추려봤다. 아이든 어른이든 잠시나마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ㅣ 로타는 언제나 즐거워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가 쓴 동화다. 린드그렌의 동화는 아동 문학의 고전이라 불린다. '로타는 언제나 즐거워' 역시 고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책이다.

이 책은 스웨덴의 부활절 풍습을 배경으로 화가 나고 외롭고 슬프다가도 금세 다시 즐거워지는 변화무쌍한주인공 로타의 하루를 그린다. 부활절 연휴 마녀처럼 꾸미고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기로 약속한 언니 오빠가 친구 생일파티에 가버리자 로타는 화나고 외롭고 슬퍼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금 지나니 화난 마음도 슬픈 마음도 사라진다. 사실 로타는 뭔가 할 일을 생각해 내는 걸 가장 잘 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언니 오빠가 돌아올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로타는 부엌에 들러 엄마를 보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며 부활절 토끼가 달걀을 숨길 만한 곳을 찾아 보기도 하고,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베리 아줌마네 창고에서 아줌마의 안경을 찾아주기도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실리스 아저씨의 텅 빈 사탕 가게에 들린 로타는 초콜릿과 사탕을 한 가득 얻게 되고 그걸 비밀장소에 숨겨 놓는다. 부활절 아침에도 달걀을 구하지 못해 시무룩해진 가족들을 위해 로타는 움직인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1만5000원.



ㅣ 우리반 물고기 아이

초등학생인 물고기 아이는 반에서 유일한 물고기다. 유리 헬멧을 쓰고 고무 바지에 고무장화까지 물 밖 학교에 다니려면 준비할 게 많고 힘도 들지만 물고기 아이는 날마다 씩씩하게 학교에 간다.

그런데 그런 학교가 싫어졌다. 체육시간에 가장 싫어하는 이어달리기를 하다 심하게 넘어져서다.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지는 걸 싫어하는 물고기 아이는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속상해 하는데 그에게 같은 반 친구 '도마뱀'과 '남자아이'가 찾아온다. 이것만 있으면 물고기 아이도 운동장을 신나게 달릴 수 있다며 봉지 속에 담긴 작은 선물을 하나 건넨다.

이 책은 차이를 뛰어넘는 작은 관심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차이를 존중하라고 판에 박힌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신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더 관심 깊게 주변을 둘러보라고 권한다. 시오타니 마미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책읽는곰. 1만5000원.



ㅣ 꼬물꼬물 베렝이

자연 속 꼬물꼬물 움직이는 작은 벌레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칠성무당벌레, 노린재, 지렁이, 장수하늘소, 사슴벌레, 풍뎅이 등 꼼지락꼼지락 22개의 작은 움직임들이 재미있고 따뜻한 동시로 전해진다.

제주 동시 작가 박희순과 화가 신기영이 만들어온 생태환경 동시 컬러링북의 세번째 작품집이다. 제주의 들꽃을 노래한 '엥기리젠', 제주의 새를 그린 '쪼꼴락허고 아꼬운 생이'에 이어 이번엔 곤충편 '꼬물꼬물 베렝이'를 펴냈다. 작지만 위대한 벌레들의 세상을 동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고 흉내내는 말 속에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표준어와 제주어 동시 각 편마다 QR코드를 넣어 동시 낭송도 들을 수 있게 했다. 또 컬러링북에 마음껏 색칠을 해 자기만의 꽃밭과 숲 속, 곶자왈과 오름을 완성하고, 예쁜 공책 칸에는 손글씨로 시를 써 보도록 구성했다. 박희순 지음, 신기영 그림. 문학산책. 1만5000원.



ㅣ 길강아지 고동이

누런 털을 가진 길강아지 '고동이'는 자신처럼 길에서 지내는 친구 '흰둥이'를 만난다. 털이 새하얀 흰둥이는 자기는 버려진 게 아니라 주인이 잃어버린 거라고 했고, 지금 자기를 찾고 있어서 이 동네를 떠날수 없다고 했다. 고동이는 생각한다. "나도 흰둥이처럼 잃어버린 걸까?"

저자는 회사에서 만난 길강아지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동이를 통해 길에서 생활하는 유기견 길강아지의 상처와 슬픔을 보여준다. 고동이가 친구 흰둥이를 만나면서 서로 기대고 위로를 받고 조금씩 조금씩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길강아지의 모습도 담아낸다.

유기견과 사람의 따스한 교감을 담고자 했던 저자는 "동물과 사람은 다른 언어로 말을 하지만 교감을 통해 언어를 뛰어넘는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정한 교감으로 따뜻하게 스미는 마음처럼,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상처 받지 않기 바라며 만든 이야기"라고 전한다. 블링문 지음·그림, 도토리숲. 1만8000원.



ㅣ 단단한 마음 당당한 표현

"나는 아무런 색도 칠하지 못한 텅 빈 도화지예요.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요. 텅 비었다는 건 그만큼 채울 게 많다는 거니까요." 이 책은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일들에 힘들고 지친 아이들을 위해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단한 마음'에는 "괜찮아, 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13편의 글이 담겼다. 조급해하지도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응원하고, 자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말해준다.

'단단한 표현'에서는 "머뭇거리지 말고 너의 마음을 말해"라고 용기를 주는 말을 시작으로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와의 관계를 위한 표현 방법과 배려의 마음, 나 자신과의 소통 방식을 담은 11편의 이야기로 채웠다. 김현태 글, 구광서 그림. 머스트비. 1만50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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