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기대
작성 : 2025년 04월 03일(목) 02:00
[한라일보]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어제부터 열린 유네스코 기록유산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은 되겠지만, 국제자문위원회 평가에서 등재 권고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등재가 되면 국내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를 시작으로 19번째 기록유산이 된다. 이로써 제주는 유네스코 등재유산(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을 모두 갖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주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다양한 유네스코 보호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제 제주는 유네스코가 주목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한 나라의 역사문화가 경계를 넘어 세계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류의 기록으로 미래 세대에게 잘 전수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보호받게 된다는 것도 함께 포함된다.
제주는 4·3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초기지, 삼별초 항쟁과 원의 간섭기, 탐라의 고려에 복속,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대내외 관계에서의 시련을 겪는 등 인류 역사의 보편적 전환점에 있던 시기들과 공존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도민이 주체가 된 당시의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제주에는 15세기 언어의 전형을 볼 수 있다는 제주어가 있지만 이미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돼 있다. 탐라 1000년 역사의 주인이 직접 기록한 책조차 없다. 제주는 국내외 자료와 유적조사, 민속신앙에서 보이는 서사를 바탕으로 탐라국을 유추해 왔지만 늘 한계에 부딪쳤다.
한자의 차용된 기록이 아닌 우리의 언어로 된 제주어 자체의 기록이 있었다면 탐라시대의 원형은 재해석 됐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적 사건마다 제주인의 감성을 불러내고 음악을 포함한 문화예술의 정체성까지 많은 접근이 있지 않았을까.
도내 곳곳에서 발굴된 선사유적지를 볼 때마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 문화를 가지고 살았을지 궁금했었다. 희로애락을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하며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런 아쉬움이 크지만, 현대사의 동서 대립에서 과녁이 된 제주섬과 제주인의 희생을 담은 기록물의 등재는 당시 제주인의 문화, 가치관까지 세계사의 한 축을 긋는 한 페이지가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지난 주말 고인쇄박물관을 다녀왔다. 기록유산인'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에 대한 박물관이다. 프랑스 도서관에 숨어있던 직지의 발견과 박병선 박사의 역할, 흥덕사의 발굴,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직지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열망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갖게 된 과정이 발굴로 빛난 것처럼, 제주 4·3의 정당화 논리는 상생에 모아두고, 제주인의 정신과 문화를 재해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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