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지구와 제주의 위기 그리고 영등할망과 청년의 바람
작성 : 2025년 03월 13일(목) 01:30
[한라일보]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고, 뭇 생명들이 모여 사는 곳, 지구. 숱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기 구성원들이 안정을 되찾더니,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곳엔 바다와 섬, 산과 사막, 빙하와 대기 그리고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생물의 탄생, 진화, 멸종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그곳에서 우주버스로 화성에도 갈 수 있고, 달에도 순식간에 날아간다. 무한한 상상력이 현실로 변신하는 시대이다. 수많은 별들이 지구를 향해 어둠을 밝혀주듯이, 엄청난 눈빛으로 각광받는 곳이 또 어디일까.
제주는 지구와 닮았다. 어느 날 바닷속에서 솟아 오른 섬은 대륙과 연결되었다가 떼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작은 지구처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산굴뚝나비가 한라산으로 피신할 무렵에, 아무도 찾지 않던 섬에 새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드디어 섬은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뜨거운 용암은 계곡과 동굴 그리고 곶자왈을 만들며 바다까지 흘러갔다. 신들이 뛰어다니고, 씨앗은 오름을 숲으로 만들고, 지하에는 강이 흘렀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들어와, 섬은 더 활기를 띠었다. 아무나 올 수 있었다. 강자도 약자도 없었다.
아뿔싸. 평화롭던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빼앗는 게 일상이 되자, 제주섬마저 가지려는 세력이 섬 주변에 몰렸다. 한때 국가가 제주 사람들을 상대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출도금지령이 그것이다. 그토록 중앙정부에 협조했거늘, 제주 사람들의 고달픈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대륙의 강자들은 얼마나 먹고, 뭘 입고 다니기에 그토록 많은 물품을 진상하라고 했을까. 제주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돌담을 쌓으며, 저항하는 길이 살아나는 길임을 터득했던 터였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지구를 살리려는 힘을 이기지 못했듯이,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려는 공동체가 더 큰 힘을 발휘했다.
탐라시대부터 줄곧 제주 사람들의 고난사는 헤아릴 수 없다. 지방분권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뭘 그리 간섭하고 통제하려 할까. 이제 사람을 서울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사람도 말도 다 제주에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심하면 위기가 닥친다. 잘못된 역사 해석이나 왜곡으로 제주 사람들의 개척사가 사라지거나 제주의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위험하다. 역사 기록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연구하거나 해석하는 방법을 날카롭게 하면 제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제주의 지역성과 정체성에 대해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는 연구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청년들의 눈빛이 강렬할수록, 섬도 지구도 더 빛날 수 있다.
세상이 자국 우선, 기후 위기, 생태 불안, 저출생 등으로 힘들어하듯 제주섬도 안전하지 못하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잊지 않고 섬을 방문하지만, 제주를 구할 청춘스타들은 되레 제주를 떠나고 있다. 청년들이 빠져가면 제주의 미래는 오래된 길 만을 걷게 된다. 영등할망을 보내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영등할망의 바람이 얼어붙은 청년들의 바람을 녹여주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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