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미현의 백록담] 우리는 이제 어떤 질서를 얘기해야 하나
작성 : 2025년 03월 10일(월) 01:00
[한라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아노미(anomie), 즉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개인적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법질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아니던가. 우리는 자유를 누리면서도 우리 사회 안에 내재된 확고한 법질서에 대한 믿음으로 일상의 안위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견고했던 그 질서에 조금씩 금이 가는 것 아닌지 섬뜩해진다.

이 모든 것이 무력 또는 권력이 우리의 법질서 위에 있을 수 있다는 지도자의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촉발된 계엄에서 시작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던 대한민국에 선포된 계엄은 '계몽'일 수 없고 '아노미의 시작'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지금 대한민국은 혼돈 속에 있다.

배울 만큼 배우고 법을 알만큼 안다는 이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일하는 여당 의원이 대한민국 사법질서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를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하는 얘기다.

윤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이들은 법원 난입을 '애국'이라 칭송하기도 한다. 내란 혐의로 수감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 지난 1월 서부지법난동 사태로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을 '애국청년'이라 띄우며 영치금을 전달, 초유의 법원 습격 행위를 옹호했다.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은 이 계엄을 '계몽'이라고 선전한다. '계몽'은 지식이 없는 사람을 가르쳐서 깨운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전시 또는 준전시라는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도 지난해 12월 3일 발표한 계엄 포고령은 '계몽'과는 거리가 멀다. 계엄 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1호)"고 했고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5호)"고 적시, 위헌·위법적 계엄의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폭력과 혐오는 정당화돼서는 안되고, 최고 권력자더라도 위헌·위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것이 마땅하다. 법을 흔드는 것은 질서를 흔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본적인 사회법규조차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 나선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는 큰 충격 없이 사회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번 탄핵심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엄정한 심판과 일반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지금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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