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회관 첫 '시즌제' 도전… 존재감 되찾나
도내 문예회관 3곳 중 가장 오래된 공공 공연장
2010년대 들어 '독주체제' 깨지며 새 변화 요구
올해 계절별 시즌제 시범 운영하고 평가제 도입
작성 : 2025년 02월 11일(화) 18:00

제주시 일도2동에 자리한 제주도문예회관 전경.

[한라일보] 올해로 문을 연지 37년이 된 제주도문예회관이 첫 '시즌제'를 도입한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따라 공연 무대에 색깔을 입히겠다는 구상이다. 제주 대표 공공 공연장 중에 하나이지만, 예전만 못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꺼내든 새 도전인 셈이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은 11일 원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희진 제주문예진흥원장은 이날 "전체 기획 방향은 중장기적으로 공연장과 전시장의 시즌제를 정착하려는 것"이라며 "올해 시범 사업으로 작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해 시즌제를 정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예진흥원이 운영하는 문예회관은 1988년에 개관했다. 제주아트센터(2010년), 서귀포예술의전당(2014년) 등 도내 문예회관 3곳 중에 도민과 함께한 역사가 가장 길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독주 체제'가 깨지면서 새로운 변화라는 과제를 안아왔다. 이에 내부적으로도 도내 문화예술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40~60대인 주 관객층을 젊은 세대로까지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시범 운영하는 시즌제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문예진흥원은 제주를 비롯한 국내 예술인과 협업하면서 계절별 시즌제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예정대로라면 봄 시즌에는 제주4·3의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기획으로 '환생굿'(박효선 연극상 수상작)과 극단 가람의 '너에게 말한다' 등을 올리고, 여름 시즌에는 '작은연극제', '마임페스티벌' 등 소극장 축제로 무대를 꾸민다. 가을 시즌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청춘을 위한 더 싱어즈'를, 겨울 시즌은 젊은 예술인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 '제주청년음악열전'으로 이어 간다. 계절마다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짐작할 수 있는 시즌제가 자리 잡는다면 공연 기획, 홍보 등에서도 연간 체계가 잡힐 거라고 제주문예진흥원은 내다봤다.

시즌제와 별개로 이달 '2025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과 3월 '문화광장콘서트', 4월 신귀복 작곡가 헌정콘서트 '가곡의 별' 등 장르를 다양화한 18개 공연도 펼쳐진다. 전시실에선 3월 제주 대표 서예가 현병찬 기획전을 시작으로 모두 9개의 기획전이 예정됐다.

제주문예진흥원은 올해 처음 '공연 평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만족도 조사에 머물렀던 평가 방식을 도민평가단, 도민모니터링단 운영으로 보다 객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문예회관 기획공연을 중심으로 평가제를 시범 도입해 중장기적으로 일몰할지 유지할지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사업 방향은 소통과 공감이다. 공연과 전시의 장르를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 예술계와 협력하고 도민과의 접점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에는 문예회관 전시실 증축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앞서 제주문예진흥원이 2023년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한 '문예회관 공간활용 및 확충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선 제주 원도심의 전시공간 협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문예회관 전시실을 증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제주문예진흥원은 오는 4월말까지 '문예회관 전시실 증축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1층인 전시장(제1~3전시실)을 1~2층 더 늘리는 안전성을 판단하겠다는 건데, 실제로 가능성이 제시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일부 공간만 현대화했을 때 기존 건물과의 부조화가 발생할 수 있고, 증축 공사 시에 본관 공연장까지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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