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으로 깨우는 무대, 그 신비의 경험
제주풍류회 두모악 음악극으로 펼친 탐라순력도
(사)마로, 제주굿 '푸다시' 무대 올려 치유 선사
작성 : 2025년 02월 05일(수) 17:46

제주풍류회 두모악이 지난해 10월 탐라순력도에 기록된 '정의양로'를 재현한 모습. 제주풍류회 두모악 제공

[한라일보] 옛것이 주는 깊은 울림이 있다. 시간의 더께를 걷어낼 때 마주하는 신비함이다. 지금, 제주의 옛 모습과 의식을 살린 공연이 되레 새롭게 다가온다.

|탐라를 순력하다

약 300년 전, '탐라순력도'에 담긴 제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풍류회 두모악이 이달 8일 오후 3시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음악극 '탐라순력도, 풍류를 노래하다'이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섬 각 고을을 순회한 내용 등을 담은 화첩이다. 순력도라는 이름의 기록화로는 거의 유일하게 현존하는 자료로 국가 보물로도 지정돼 있다.

공연은 객석의 시간을 18세기 초, 제주로 돌려놓는다. 목사 이형상이 제주 말테우리 '바리'라는 가상인물과 순력을 떠나며 시작되는 공연은 과거의 탐라를 감상하게 한다.

그 여정에 녹아들게 하는 것은 단소, 거문고, 양금, 생황 등 전통악기가 빚어내는 '우리 음악'이다. 백제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향악곡이라는 '수제천', 세종대왕이 백성과 함께 즐기려 만들었다는 '여민락', 선비들이 애정하던 '영산회상' 등이 제주풍류회 두모악의 연주로 되살아난다.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와 제주도립무용단의 춤사위로 풍성함을 더했다. 영상으로 펼쳐진 탐라순력도의 41면 그림이 옛 제주를 공연장에 불러낸다. 도내 유일한 정악(궁중음악) 연주 단체인 제주풍류회 두모악 김경아 대표는 "제주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문화의 섬이 되길 바란다"며 "그 첫걸음으로 두모악은 탐라순력을 떠나보기로 했다"고 초대를 건넸다.

공연은 전석 1만원이며,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입장은 선착순이다.

|무대 위서 비는 소원

나쁜 기운은 씻어내고 좋은 기운을 부르는 정화 의식인 '푸다시'. 제주 굿의 한 의례인 푸다시가 현대적인 해석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제주 전통예술단체 사단법인 마로가 새 시도를 담은 공연 '바람 푸다시'다.

관객이 직접 소원을 빌고 의례에 참여하는 힐링 가무악극을 내건 공연의 핵심은 '관객의 참여'다. 서순실 큰 심방(제주어로 무당)이 특별 출연으로 함께하는 푸다시 의례에서 관객은 자신의 소원을 빌며 저만의 의미를 찾게 된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제 감정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일이다. 마로는 "공연이 끝난 뒤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공연장 화면에 떠오르는 관객의 소원은 공연의 일부가 돼 무대와 관객을 하나로 연결한다.

바람 푸다시는 2024 지역 대표예술단체로 선정된 마로의 새 작품이다. Be IN;(비인)과의 공동 기획으로 첫선을 보인다. 연출을 맡은 양호성 마로 대표는 "묵은 한숨을 날려 보내는 나만의 작은 의식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한을 흥으로 풀어냈던 우리 선조들처럼 공연으로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바람 푸다시는 이달 20일부터 23일까지 모두 6회(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3시·7시)에 걸쳐 비인(제주시 신산로 82)에서 공연된다. 티켓은 전 좌석 1만원이며, 비인 누리집(www.be-in.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제주도민에는 20%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초청도 이뤄진다. 문의 064-7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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